[한스경제 김서연] “은행에서는 무작정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던거죠. 오죽하면 은행에서 일단 만원 넣어줄테니까 계좌부터 만들어달라고 고객에게 사정하다시피 했으니까요. 처음엔 좌수만 늘리다가 나중에 깡통계좌 문제가 나오자 금액이 인정돼야해서 나중엔 일정 금액 이상을 고객에게 권유했죠. 지금은 해지하러 오는 고객들이 더 많기도 하고 이제는 고객들이 수익률이 마이너스인걸 아니까 권유를 해도 (가입) 하지 않아요.”

다음달로 출시 1년을 맞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저조한 수익률로 중도해지자가 늘고 있다. ISA의 수익률이 당초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쳐 ‘국민의 재산 불리기’라는 허울은 사라진지 오래다.

▲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ISA 전자공시 사이트인 ISA다모아에 따르면, ISA는 지난해 12월31일 현재 239만명의 가입자(누적 가입금액 3조4,116억원)를 끌어모았다. 이중 은행권 ISA 가입자는 총 218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90%가 넘는다. 은행권에서는 가입자가 소폭이어도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지난해 12월부터는 은행권에서조차 가입자들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증권업계는 7월부터, 보험업계는 8월부터 이미 가입자 수가 떨어졌다.

ISA의 월별 순가입자(신규 가입자-해지자) 현황을 보면 상품 출시 첫 달인 지난해 3월 120만명이나 됐던 순가입자는 작년 9월 무려 5,886명으로 급감했다. 10월(-2,561명)과 12월(-1만5,075명)엔 도리어 뒷걸음질쳤다.

ISA는 소득 수준에 따라 5년 의무 가입 기간을 채우면 200만∼25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 상품이다. 의무 가입기간 3~5년을 채우지 않으면 투자 효과가 확 줄어든다. 최소 가입기간을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도 해지자가 늘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낮은 수익률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입기간이 지나치게 긴 점 역시 ISA로부터 고객이 이탈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사가 운용해주는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전체 201개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 1.46%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6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KEB하나·국민·농협·기업은행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상품이 있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10개의 상품 중 무려 8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개인의 재산형성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이렇게 수익률이 낮다보니 정부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7월 ISA 계좌 갈아타기도 허용했고, 세제 혜택을 강화한 ISA 시즌2를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지만 한번 떠난 고객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이렇게 ISA에서 빠져나간 돈은 다시 예·적금 상품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비과세 혜택이 있어서 상품에 가입했는데,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입기간도 길고 수익률도 크지 않아 굳이 상품을 갖고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은행원은 “은행을 찾아 해지를 하는 경우 보통은 예·적금으로 다시 돌리거나 세금혜택에 더 관심이 많은 고객일 경우 그 돈으로 절세형 상품에 가입을 한다”며 “만원짜리 깡통계좌야 크게 의미가 없지만 ISA에 목돈을 넣어뒀던 고객이 해지하는 경우엔 정기예금에 많이 가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통 ISA에 절세혜택을 위해 어느 정도 돈을 넣어둔 고객의 경우,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닌 여유자금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ISA 중도해지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면, 금융권에서도 ISA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다시 새로운 상품으로 붙잡기 위한 전략도 고려해볼만 한 것으로 보인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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