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스타라는 상품은 종종 어떤 이미지로 포장된다. 그 포장지는 보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할만큼 화려하고 매혹적이기도 하고 때로 내용물을 꽁꽁 감싸 호기심이 동하게 하기도 한다. 프로듀서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이든은 그 어떤 포장지로도 자신을 감싸는 걸 거부했다. 한 단어, 한 문장, 하나의 콘셉트로 표현되기에 이든은 너무 결이 섬세하다. '어반 힘스'에 담긴 그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싱어송라이터라는 새 출발선에 섰다.

"원래는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회사 분들이 미팅을 할 때 '너도 충분히 가수로 표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 아니냐'고 하더라. 아마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억눌려 있던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그런 감정이 터졌다.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해 준다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했다."

-다른 사람을 프로듀싱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프로듀싱하는 건 어떤 차이가 있나.

"내가 생각하는 디테일들이 있잖나. 내가 상상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제일 잘 구현할 수 있는 건 역시 나인 것 같다. 아마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내 걸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던 걸지도 모르겠다. 다만 시행착오는 있었다. 앨범이 나왔을 때 대중에게 '내가 앨범을 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되는데, 이 부분에서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힘들던가.

"나이가 어린 편이 아니다. 이젠 알만큼 안다. 대신 요즘 인기가 있는 문화나 음악들과 내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음악에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요즘 차트에서 사랑받거나 뮤지션으로서 자리를 잡은 친구들과 나 사이에 여러 차이가 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그들에겐 그들의 문화가 있을 거고. 그런 친구들이 쓰는 음악을 이해하고 따라가려고 하다 보면 거기서부터 말리는 것 같다. 초반엔 그런 고민이 되게 컸다. '이 정도 밖에 못 써? 이 정도 밖에 노래 못 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날 봐 저렸다. 지금 인기가 있는 친구들은 자신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대로 해서 인기를 얻은 것 아닌가. 나 역시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이든이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큰 틀로 잡고 있는 건 어반 뮤직이다. 그런데 어반 뮤직이라는 것은 장르의 고유 명사는 아니잖나. 이게 내 정체성이다. 나는 작곡가로 활동하던 사람이다. 작곡가를 하려면 취향이 다양하고 음악을 편식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 그 가운데 어떤 한 가지를 선택하기 어렵더라. 많은 사람들이 어느 하나를 잡고 꾸준히 하니까 나도 그래야 되나 했는데 어느 순간 화가 나더라. '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거야. 난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고 말이다. 그래서 기본 틀을 어반 뮤직으로 가되 여러 색을 보여 드리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포장지가 정말 많은데 '나는 파란색 아티스트야'라고 하고 사랑도 파란색, 이별도 파란색으로 노래할 순 없겠더라."

-그럴듯한 포장지가 없으면 대중에게 이미지를 쉽게 각인시키기 어렵지 않을까.

"어차피 내가 쓴 노래들이다. 포장지가 어떻든 누가 들어도 내 음악인 거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안 해본 거니까 진짜 오래 걸리고 힘든 길이겠지만 걸어가 보고 싶다. 신인이면 그 정도 포부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절대 할 수 없다'거나 '하기 싫은' 건 있을 것 같다.

"딱히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보컬리스트로서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분명히 한계점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하드록을 할 수는 없는 거다. '난 이건 절대 안 해'라는 건 없지만 내 한계는 있다고 인정한다."

-평소 음악 취향이 궁금하다.

"굉장히 극과 극이다. 무척 딥한 록을 듣는 동시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극과 극에서 끌리는 것 같다. 나는 이성을 볼 때도 이런 극과 극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다. 내가 외모는 되게 놀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내게 호기심을 느끼는 것도 이런 반전 요소들 덕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종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반 뮤직'을 기본 틀로 잡은 이유가 있다면.

"도회적인 걸 좋아한다. 어반은 세련, 모던과 같은 의미들을 담고 있다. 내가 되고 싶은 삶의 모습의 큰 비중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다. 음악을 쓸 때도 어떤 장르를 하든 간에 그런 무드는 주고 싶다. 허영된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고 절제된 그런 느낌 말이다. 때문에 가사를 쓸 때도 이런 점을 많이 고려한다. 감정선을 절제하고 섹슈얼한 걸 쓸 때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내가 너랑 자고 싶다'고 말하는 건 섹시하지 않다. 이를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만가지의 말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활동 방향은 세웠나.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거 아니냐.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야지. 일단 올해 한 세, 네 장 정도의 싱글을 내는 게 목표이긴 하다. 그리고 8곡 꽉 채운 미니앨범을 내고 싶다."

-프로듀서로서 가수 이든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지켜 볼게. 얼마나 하는지."

사진=KQ프로듀스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