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08회> 글·김지훈

”프랑스는 상속세가 45%… 죽음은 재산 환원 의미“

마킷은 까밀레와 함께 프랑스 의회 도서관에 들어섰다. 넓은 유리창에 가득 찬 햇빛은 산뜻한 분위기였다. 벽면에는 아테나의 학당처럼 유명한 미술작품을 모방한 정교하게 수놓은 융단이 걸렸다.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진품으로 착각할 정도로 섬세한 작품들이었다.

“엘라입니다. 입구에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중년 여성이 마킷을 맞이했다. 그녀는 마킷 옆에 있는 까밀레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마킷을 바라보았다.

“동행입니다.”

“그분께서는 단독 만남을 원하십니다. 죄송합니다.”

엘라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괜찮아요. 여기서 책 좀 보고 있을게요.”

까밀레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서, 책장 쪽으로 갔다.

“계단이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

엘라는 담쟁이처럼 벽면에 붙은, 나선형 계단을 가리켰다.

“기꺼이 ….”

마킷이 대답하자, 엘라는 주저하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그녀는 2층과 3층 사이에 있는, 작은 사무실로 마킷을 안내했다. 상자처럼 작은 공간이었다. 입구 맞은편에는 한 남자가 서류 페이퍼를 살폈다. 그가 쥔 만년필은 스위스에서 수공예로 제작된, 제품이었다. 마킷을 본, 그는 만년필 뚜껑을 바로 끼우며, 일어서 악수를 청했다. 2m의 키의 뚱뚱한 중년 남성이었다.

“드살보 상원의원님,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마킷은 두 손으로 드살보의 손을 부여잡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드살보 상원의원은 프랑스 의회의 실력자였다.

“제가 더 영광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뵈어야 하는데 ….”

“바쁘신 분이신데,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드살보는 눈짓으로 마킷 뒤에 서 있는, 엘라를 내보내고, 마킷에게 의자를 권했다.

“프랑스에서는 상속세가 45%입니다. 죽음은 곧 재산 환원을 의미하죠. 프랑스 정부에겐 상속세가 중요한 수입원이기도 하죠. 그런데 …. 영생 이식을 받으면 ….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죠.”

“그렇겠군요.”

마킷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생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생명 부가가치세’라고도 하는데, 의회에서 통과되어도 …. 영생자들이 헌법 소원을 내면 ….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겠군요.”

“당신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과 똑같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겠죠.”

“소문에는 …. 당신은 영생 이식을 거부한다던데 …. 사실입니까?”

“아직까지는 …. 사실입니다.”

“영생으로 더 건강해지고 젊어지는데도요? 당신은 영생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도 갖고 있지 않습니까?”

드살보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마킷의 대답을 기다렸다.

“병들고 늙는 게 나쁜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죽음까지도요?”

드살보는 훨씬 더 깊고 가깝게 숙였다. 마킷은 미묘한 몸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분명하게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 아직 고민 중입니다.”

“영생이라는 게 새로운 질병이라면 …. 그것을 치료할 약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게 가능할까요?”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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