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포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더위 피해 동해 찾아간다면 강릉에 있는 경포대를 떠올린다. 그 유명한 경포호 북쪽 언덕에 있는 누각인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호수 풍경이 관동팔경에 속할 만큼 시원하고 장쾌하다. 바다를 오가다 들러도 좋을 곳이다.

일단 경포호 짚고 넘어간다.
경포호는 석호다. 모래 같은 퇴적물이 만(灣)의 한쪽 입구를 막으니 바다가 호수가 됐다. 그래서 호수 옆이 바로 피서지로 이름 날리는 경포해변이다. 호수는 원래 둘레가 12km나 될 만큼 넓었다는데 지금은 약 4km로 줄었다. 한 바퀴 도는데 한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요즘은 경포대 주차장 인근에서 자전거도 빌려준다.
이 넓고 예쁜 호숫가 북쪽 언덕에 경포대가 있다. 고려 충숙왕 13년(1326)에 강원도의 한 관리가 당시 방해정 뒷산 인월사 옛터에 세웠던 것을 조선 중종 3년(1508)에 강릉부사 한급이 지금의 자리에 옮겼다. 내부에는 숙종이 직접 지은 ‘어제시’를 비롯해 숱한 시인묵객들의 글이 적혀있다. 율곡 이이가 열 살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도 볼 수 있다.

경포대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 보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멀리 보이는 월파정이 참 예쁘다. 월파정은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누각이다. 경포호 그림이나 사진에 꼭 등장하는, 작은 바위(새바위) 위에 서 있는 그 누각 맞다. 이거 들어앉은 자리가 기가 막혀 경포호의 상징이 됐다. 경포대 주변으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우거졌다. 여름 볕 피하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다.

경포대에서 보는 풍경은 달 뜨는 밤에 더 멋지다. 경포대가 관동팔경에 든 것도 최고의 달맞이 명소이기 때문이다. 은은한 달빛 비친 수면이 부드럽고 곱다. 송광 정철의 애를 그토록 태웠던 풍경이 여기 있다. 그는 ‘관동별곡’에서 이곳에서 보는 달밤 풍경이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고 했다. 달빛 쏟아지면 하늘, 바다, 호수, 그리고 술잔과 임의 눈동자에 달이 뜬다고도 했다.
너도나도 다섯 개의 달을 보기 위해 추석 때는 물론 평소에도 달맞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뙤약볕 사라진 저녁에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도 운치가 있다. 걷다가 홍장암을 구경한다. 고려 말 강원도 순찰사로 이곳에 머물렀던 박신이 기생 홍장과 함께 배를 타고 사랑을 나눈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다.
경포대에서 경포해변까지는 지척이다. 물놀이 끝난 밤에 경포대에 올라 시원한 바람 맞고 운치 있는 호숫가 걸으면 로맨틱한 여름 추억 만들 수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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