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여성 예능 우려먹기 그만!"

분명 프로그램 제목이 바뀌었는데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10여 년 전 여성 예능 프로그램을 재탕해서 보는 느낌이다. KBS가 동시에 선보인 '하숙집 딸들'과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 이야기다. 2~3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외면하고 있다.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하숙집 딸들'은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여배우들의 거침없는 토크쇼다. 하숙집 여주인 이미숙과 미모의 네 딸 박시연, 장신영, 이다해, 윤소이의 설정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들의 예능 도전이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배우가 망가지면 무조건 웃긴다'고 생각한 걸까. 코로 촛불을 끄고 원숭이 흉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긴 젓가락으로 자장면 먹기, 발을 묶고 종종걸음으로 걷기, 코끼리 코를 하고 10바퀴 돈 뒤 발 도장 찍기 등의 게임은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다.

'청일점'으로 매회 등장하는 남자 게스트들의 활용도 새로울 게 없다. 박중훈과 김종민이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진부한 토크와 유치한 게임이 이어졌다. 이미숙의 거침없는 입담과 이수근의 화려한 리액션이 군데군데 웃음을 줄 뿐이다. 뜬금없는 PPL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숙집 냉장고에는 다이어트 도시락이 가득했다. 이미숙과 이다해, 윤소이는 "맛있다고 해서 사왔다" "저칼로리, 저염식이다" "현장에서 먹기 좋고 과하지도 않다"며 다이어트 도시락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 나와서 연기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의 외면은 시청률로 나타났다. 첫 회 5.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했지만 3회 2.5%까지 떨어졌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시즌1의 걸그룹 프로젝트를 또 꺼내 들었다. 시즌1에서는 박진영을 중심으로 멤버들의 걸그룹 도전기를 그려 시청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페이크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지만 시청률 저조로 종영했다. 시즌1에서 이미 선보인 아이템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부족했다.

멤버는 김숙, 홍진경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배우 한채영과 강예원, 투애니원(2NE1) 출신 공민지, 아이오아이(I.O.I) 출신 전소미를 새 멤버로 투입해 변화를 줬다. 프로듀서도 박진영에서 김형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시즌1에서 멤버들이 보여준 감동은 느낄 수 없었다. 시즌1에서는 6명의 멤버들이 서로 돌아가며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줬다. 시즌2는 각자의 꿈이 아닌 '걸그룹'이라는 하나의 꿈에 도전해 진정성이 떨어졌다. 최근 투애니원에서 탈퇴한 공민지가 다시 걸그룹에 도전하는 점도 의아했다.

또 걸그룹 프로젝트 특성상 시청층이 10~20대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전 연령대에 사랑받고 있는 경쟁작 SBS '미운 우리 새끼'와 비교됐다. 시즌1 멤버 라미란, 제시, 민효린, 티파니 등의 케미가 더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 역시 시청률 5.4%에서 3.2%까지 하락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했다.

KBS는 그 동안 '여걸식스' '청춘불패' 등 여성 예능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였다. 하지만 멤버만 바뀌었을 뿐 기존 예능을 답습하고 있다. "여성 예능은 오래 못 간다"는 속설은 틀리지 않은 걸까. 시청자들의 채널을 절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사진=KBS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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