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채성오 기자]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판호 신청이 어려워졌다. 심사 기준이 엄격해지고 기간도 길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 구오 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채성오기자

지난달 23일 구오 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가 이야기 할때만 해도 한한령(限韓令, 한국 콘텐츠 제한 명령) 수준에 머물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설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게임업계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지독하고 독했다.

■ 신고제에서 허가제 결국 금지령까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단기간내 빠르게 성장했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각 게임사들은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은 빅마켓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00억달러(한화 기준 약 11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약 19억달러)보다 5배 이상 큰 수치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빨라지면서 모바일 게임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간 중국에서는 별도의 신고만으로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었다. 다양한 게임들이 중국에서 성과를 거뒀고, 이를 발판삼아 많은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 그래픽=채성오 기자

그러나 지난해 6월, 정부가 사드 배치를 거론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같은해 7월부터 중국 내 미디어를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모바일 게임에 한해 권고 수준에 머물렀던 ‘판호(版号)’를 의무화 한 것. 판호는 디지털 출판물마다 부여하는 고유 식별번호다.

판호 획득이 의무화 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게임사들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도 판호가 없으면 새로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서비스 하는 현지 파트너가 없을 경우 판호 심사 및 발급 기간도 길어졌다.

구글플레이 스토어 대신 콘텐츠 플랫폼의 앱마켓을 이용하는 중국의 특성상 판호 의무화 이후 중소 게임사들의 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한국 게임의 판호를 금지했다는 내부방침을 중국업체들에게 구두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판호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국내 게임사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결정이 공식 입장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국내 게임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판호 취득이 의무화 되면서 몇몇 중소 게임사들은 발을 빼고 있다”며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 발급이 중단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재 중국내 판호 취득 심사 물량이 밀려 있어 시간이 지나야 정확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돌파구는 없나?…문체부 “범정부적 대응 나설 것”

업계에서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판호 금지령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넷마블은 중국 파트너사 텐센트를 통해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를 신청한 상황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안책 마련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산 지적재산권(IP)으로 개발한 중국 게임도 판호 취득이 어렵다고 알려져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하는 게임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론되는 대안으로는 협력사를 통해 국내 게임 색채를 지운 후 판호를 신청하는 방법이 최선책으로 꼽힌다. 중국 게임업체 명의로 저작권을 등록하고 판호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향후 저작권 분쟁 소지를 남길 수 있어 위험도가 높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결국 정부가 주도해 중국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이 최선책으로 부상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지 상황을 파악한 후 한·중 콘텐츠 포럼 등을 진행하면서 범정부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산 게임 판호 금지령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중국 진출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사드 보복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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