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해 ‘어머나’ 열풍을 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은 안소희가 배우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원더걸스 탈퇴 후 첫 영화 ‘부산행’에 이어 ‘싱글라이더’에 출연하며 배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여전히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하고, 작은 칭찬 하나에도 수줍어하지만, 연기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반짝였다. 누구보다 연기에 목말라 있는 ‘배우’ 안소희다.

안소희는 영화에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진아 역을 맡아 연기력을 십분 발휘했다. 밝은 성격이지만, 긴 타지 생활 속 정 붙일 데 없이 힘들게 살아가는 20대 캐릭터다.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선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연기롤 보여줬다.

“사실 모든 장면이 다 아쉬워요. 호주 로케이션은 시간상 몇 번 더 촬영할 기회가 없었어요. 영화를 보니 지금 연기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 당시에는 다시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매 신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집중하고 노력했어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진아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있었죠.”

‘싱글라이더’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은 애초에 진아 역으로 안소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할 뿐이죠. 사실 시나리오를 받기 전 그랬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진아 역을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많이 놀랐죠. ‘내가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들었어요.”

안소희는 ‘싱글라이더’에서 이병헌, 공효진과 호흡을 맞췄다. 자신만의 연기 색깔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선배들과 연기를 해야 하는 만큼 부담감도 컸다. 연기라면 빠지지 않는 존경하는 선배들과 함께 연기해도 될까라는 부담부터 앞섰다.

“두 선배들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죠. 정말 존경하는 두 분인데 ‘내가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에요. 영화를 촬영하면서는 ‘하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두 분에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영광의 순간이었죠.”

안소희는 공효진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가 부럽다고 했다. 어떤 작품이든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공효진의 연기력에 반했다. 안소희가 ‘싱글라이더’에서 꼽은 공효진의 공효진의 연기는 충격이자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효진 언니의 생활 연기가 정말 부러워요. 이 작품 전에 다른 작품들도 많이 봤는데 모든 연기를 너무 잘하는 것 같아요. 특히 ‘싱글라이더’ 속 화장실 오열신은 생각하지 못한 언니의 모습이었어요. 슬픈 장면이었지만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줬죠. 저 역시 자연스러운 임팩트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소희는 진아를 연기하면서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활동이 떠올랐다. 타지에서 모든걸 스스로 하며 받은 스트레스와 벅찬 책임감을 느껴봤기 때문이다.

“활달한 진아와 성격이 닮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공감 갔던 건 진아의 상황이었죠. 전 평범한 10대를 보내지는 못했거든요. 원더걸스를 하면서 미국에 있던 시간이 진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물론 미국에서도 도와주는 매니저와 스태프들이 있었지만,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어요. 진아가 얼른 돈을 벌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잖아요. 저 역시 ‘짜잔~’하고 부모님 앞에 나타나고픈 마음이었어요.”

안소희는 걸그룹 이미지가 연기 생활에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원더걸스 멤버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굳이 원더걸스 이미지를 애써 지우려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제가 연기를 제대로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원더걸스 활동 때문에 저를 알고, 관심을 가져주는 거고요. 원더걸스로 활동한 시기 역시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고요. 물론 배우로서는 계속 새로운 색깔을 입혀보고 싶죠.”

올해 나이 26세, 데뷔한 지 10년 차가 됐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연예계에 발을 들인 만큼 대중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댓글을 일일이 막 다 찾아보지는 않아요. 기사도 보고, 연기를 모니터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의 반응을 보죠. 지적해주는 부분은 고치려고 하고 있어요.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쓰지는 않고요. 대중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려고 해요.”

작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을 밝힌 안소희의 꿈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싱글라이더’를 이병헌, 공효진 선배와 함께 하고 나서 느낀 게 있어요. 굳이 영화 내용을 보기도 전에 ‘이병헌이 나온대’, ‘공효진이 나온대’라는 반응을 많이 봤거든요. 두 선배들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보고 싶다’ ‘연기 잘하겠지’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저도 언젠가는 ‘안소희 나온대, 이거 보러 가자’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요.”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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