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적 누구나 자신만의 보물창고를 갖고 있었던 추억을 갖고 있다. 어떤 아이는 조그만 상자에 장난감이나 용돈을 넣어두는가 하면 항아리에 딱지나 구슬을 몰래 숨겨두고 꺼내 본 경험 하나쯤은 갖고 있다. 또 어떤 여자아이는 일기장에 사진이나 스티커를 붙이고 비밀스러운 마음을 담아 책상 밑에 꼭꼭 숨겨두고 혼자만 꺼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추억이지만 어느 순간 이런 나만의 은밀한 그 무엇이 사라져버렸음을 느끼게 된다. 점점 나의 모든 것이 공개되고, 투명화 돼서 단돈 현금 10만원도 아내에게 사전 공지나 논의 없이 쓰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워진 나이가 돼버렸다. 물론 돈 몇푼 쓴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가계부를 쓰는 아내에 맞춰 지출 목적을 얘기해야 할 경우가 생기더란 말이다.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모든 자산을 공개해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은 분명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나도 나만의 은밀한 보물창고로 비상금의 존재를 만들어 놓고 싶은 생각이 가끔은 든다. 어른들의 추억이자 보물창고는 바로 비상금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별도로 돈을 모아두고 아내에게 깜짝 이벤트를 하거나 나만을 위한 지출을 하는 짜릿함을 느껴보는 것도 노동의 동기부여가 아닐까?

이런 비상금은 갑작스런 지출을 해야 할 때도 유용하다. 특히 가족 중에 갑자기 누가 아프거나 당장 2~3일 안에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필요할 경우 ‘긴급 예비자금’으로써의 역할까지 부여한다면 더없이 요긴할 것이다. 물론 몇 천 만원씩 통장에 넣어두고 별 생각 없이 인출해서 쓰는 가정도 많지만 효율적인 자산관리의 관점에서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CMA나 MMF 같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금융상품에 월 평균 수입의 250% 정도의 자금을 넣어둘 것을 권한다. 하지만 월 평균 수입의 100~150% 정도의 자금을 잔액으로 유지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 정도 금액조차 통장 잔액으로 가지고 있는 가정도 많지는 않다.

‘긴급 예비자금’은 주로 보너스 달이나 별도의 성과급을 받는 달에 큰 맘 먹고 우리 집 보물창고 즉, 비상금 통장을 채워놓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것은 어떨까? 자금운용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도 ‘긴급 예비자금’은 중요하다. 코스피가 분명한 이유가 있는 상태에서 요동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사고자 할 경우에는 미리 쌓아둔 우리가정의 ‘비상금’통장을 번개투자에 사용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우리 가정의 ‘비상금 통장’을 만들어서 무언가 든든함과 틈틈이 돈 모으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서기수 IFA자산관리연구소 소장>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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