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용택.

LG 박용택(36)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2009년 3할7푼2리의 고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이후 기복없는 활약으로 톱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

타격왕 외에 도루왕(2005년 43개), 골든글러브(2009ㆍ2012ㆍ2013년) 등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뤘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4년 총액 50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까지 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승부욕과 원대한 목표로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팀 성적에 묻혀 있지만 박용택은 올해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지친 타선을 이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미 있는 기록도 뒤따르고 있다. 그는 11일 잠실 삼성전 첫 타석에서 시즌 100번째 안타를 기록해 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달성했다. 경기 수까지 늘어나 시즌 100안타는 평범한 숫자일 수도 있지만 부상 없는 몸 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연속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데뷔 후 14년간 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매 시즌 100안타 이상을 쳤다.

박용택이 더 애착을 보이는 기록은 안타보다 타율이다. 2009년 이후 ‘3할은 기본’인 선수가 된 그는 지난해까지 현역 최장인 6년 연속 3할을 찍었다. 올 시즌에도 3할을 넘으면 역대 4번째 7년 연속 3할 타자가 된다. 양준혁(전 삼성)과 장성호(kt)가 이 부문 최장인 9년 연속 3할을 쳤고, 고(故) 장효조가 7년 연속 3할을 기록했다. 모두 타격의 달인들이다. 그만큼 아무리 정교한 타자라도 매 시즌 3할을 치기는 어렵다. 박용택도 올 시즌 타율이 3할1푼까지 이르렀다가 2할8푼대까지 떨어지는 등 등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고비가 올 무렵부터 오히려 안정세에 접어들어 11일 현재 타율 2할9푼8리까지 끌어올렸다.

박용택은 이병규(등번호 9)가 빠진 가운데 팀의 맏형으로 늘 말 못할 고민과 고충을 짊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 FA 계약을 한 뒤 “이제 홀가분하게 팀 우승만을 위해 남은 야구 인생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기에 더 안타까운 시즌이다. 2002년 데뷔하자마자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용택은 이진영과 정성훈이 FA로 이적해 오기 전, 그리고 이병규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도 팀의 암흑기를 묵묵히 홀로 이끌었다.

팀 순위가 9위에 처진 올 시즌엔 지난 2년의 짜릿했던 기억이 신기루처럼 사라졌지만 팀 리빌딩 분위기 속에서도 박용택은 대체 불가 선수다. 팀 사정에 따라 1번과 3번, 4번, 6번을 오가면서도 필요할 때 한 방은 그의 방망이에서 터지곤 한다. FA 계약 후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귀감이 되는 박용택의 ‘진지 모드’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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