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채성오] 미래 정보통신 기술(ICT)로 꼽히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포켓몬고’를 계기로 산업 영향력을 확대중인 AR에 비해 VR은 제한 요소로 보급이 더딘 실정이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AR 산업이 게임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반면 VR은 예상보다 느린 성장속도를 보인다.

AR은 사물이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덧씌워 하나의 화면에 보여주는 기술이다. 헬리콥터나 전투기를 격추하는 모바일 게임과 아파트 3D 모델하우스 등 일부 산업군에서 활용됐지만 콘텐츠 부재와 흥행 실패로 한계에 부딪혔다.

지난해 7월, 세계적으로 포켓몬고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서도 AR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위치기반 정보를 가상의 포켓몬을 수집하는 포켓몬고는 지난 1월 국내 출시 후 세븐일레븐,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맺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SK텔레콤 모델들이 T월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나이언틱과의 공동 마케팅 소식을 알리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포켓몬고가 유행하면서 터닝메카드GO, 뽀로로GO, 몬타워즈GO, 캐치몬 등 AR 기반 게임 개발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엠게임은 오는 30일 캐치몬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까진 포켓몬고의 아류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위치정보를 통해 콘텐츠 기반을 넓힐 수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반해 VR 산업은 자체적인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VR은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현실 같은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

VR의 경우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삼성전자가 기어 VR을 출시하면서 AR보다 먼저 주목받은 미래 기술이다. 게임 뿐 아니라 교육, 군사, 항공, 전시, 건설 등 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활용성이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상의 현실을 탐험하기 위해 머리에 착용하는 HMD(Head Mount Display) 기기가 대부분 500g을 넘는데다 스마트폰까지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무게는 600~700g까지 늘어나 무거운 편이다.

1kg에 육박하는 무게를 버티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질적인 느낌의 콘텐츠 때문에 10분 이상 이용하면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유발하는 한계가 있다.

특히 VR 콘텐츠는 고용량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현재 이용중인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원활한 전송이 어렵다. IT업계는 차세대 네트워크인 5G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2019년 이후에나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 한 회사원이 HMD를 쓰고 VR 콘텐츠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DB

업계에서도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의하면, AR과 VR을 합친 시장규모는 지난해 52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서 2020년 1,620억달러(약 17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IDC는 올해까지 VR 산업 매출이 높겠지만 이후 게임‧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AR이 역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IT업계 관계자는 “AR의 경우 사용자들이 콘텐츠만 갖고 있어도 이용할 수 있지만 VR은 기기, 콘텐츠, 네트워크 등 이용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 VR 산업은 디바이스 경량화, 기기 가격 인하, 5G 보급 등 안정적인 요소가 정착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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