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미국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펀드 수익률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금리에 가뜩이나 부동산 쪽이 대체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어온 터라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와 사모를 합친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지난 20일 기준 48조3,179억원에 달했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월 25일(40조835조)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몸집을 불리면서 이제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쏠리면서 ‘묻지마 투자’ 현상까지 나타난 영향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76조9,327억원에서 70조1,064억원으로 줄었다. 채권형펀드는 106조3,262억원에서 104조4,206억원으로 감소했다. 부동산펀드가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을 본격화하면서 투자손실이 불가피하게됐다.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올해 내 2차례 추가 인상 방침을 밝혔다. 내년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예정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장기적 목표인 3%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펀드 수익률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연구원은 미국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5~1.0%포인트 인상될 경우 주택매매 가격은 기본상승률에서 0.3~0.6%포인트 내외로 하락한다고 밝혔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공모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6.27%에 그쳤다. 특히 부동산임대형(-0.02%)보다 부동산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8.12%)의 수익률이 크게 뒤떨어졌다.
 
지난해 7월 하나자산운용이 출시하고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해 부동산 공모펀드 붐을 일으켰던 하나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1A은 이달 20일 기준 최근 6개월 수익률이 3.73%로 선방하고 있다.
 
그나마 이 펀드는 연 93억원의 티마크그랜드호텔 최소보장임대료 또는 호텔 연매출의 44% 중 더 많은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 최소보장임대료만으로 매년 5.5%의 수익이 보장된다. 만일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로 펀드 수익률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나인트리 부동산 공모펀드 최소보장임대료와 호텔 매출액 40% 가운데 높은 금액을 임대료로 받도록 해 원금손실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출시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는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으면 자금을 모으기 힘들다”며 “미국 금리인상도 중요한 요소지만 해당 부동산이 어떤 물건인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공모펀드 역시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이 –0.73%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때 투자계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해외부동산도 딱히 돌파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부동산펀드 중 최근 3개월 수익률은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1[분배]가 5.99%로 가장 높았지만, 브라질의 높은 변동성으로 2012년 2월 17일 설정이후 수익률은 –53.53%에 머물렀다. 헤알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경기회복을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금리차가 커져 외국인 자본 유출이 본격화되면 결국,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혼란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향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는 어려운 국면을 맞이했다”며 “앞으로 부동산펀드 수익률도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대부분 부동산펀드가 폐쇄형으로 환헤지가 큰 의미가 없다는 점도 또 다른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임덕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본부장도 “미국 금리인상으로 부동산펀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게 명확하다”며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이나 장기계약이 체결돼 있는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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