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해변에서 혼자'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지극히 홍상수 감독스럽다. 그 동안 홍상수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한 주제인 사랑, 끊임없이 이어지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풍기는 카메라 기법까지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홍상수의 전작과 비교해 볼 때 다른 점은 하나다. 바로 홍상수와 김민희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느낌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여행을 하면서 삶과 사랑에 대한 고찰을 하는 내용을 그린다. 줄거리만 봐도 아직 법적으로 ‘유부남’인 홍상수와 그의 불륜 상대인 김민희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 영희는 친한 언니이자 선배 지영(서영화)가 있는 독일에서 함께 머문다. 영희는 지영과 함께 재래시장부터 공원, 현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여행하며 “너무 좋다”를 연발하지만, 실상은 유부남 감독을 향한 그리움과 공허함을 이기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2부는 강릉으로 여행을 온 영희와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강릉의 한 예술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영희가 우연히 프로그래머 선배 천우(권해효)를 만나면서 또 다른 선배 명수(정재영)와 준희(송선미), 명수의 여자친구인 도희(박예주)와 함께 술자리를 갖는다. 영화의 말미에는 영희와 상원의 술자리에서 설전을 펼치는 모습도 그려진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철저히 영희, 곧 김민희를 위한 영화로 해석된다. 영희의 주변인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모두들 영희의 컴백을 응원한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어서 컴백해라” “네 재능이 아깝다”고 말한다. 다른 행보 없이 오로지 ‘홍상수의 뮤즈’로만 활동하는 김민희에게 보내는 응원과 같다. 또 천우는 영희의 불륜을 욕하는 이들에게 “할 짓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홍상수와 김민희가 자신의 사랑을 비난하는 대중들을 향한 대응으로 비춰진다.

영희의 연애사 역시 김민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닷가에서 혼자 상원의 얼굴을 그리는 영희에게 지영이 “머리가 많이 벗겨졌다”며 외모를 지적하자 영희는 “나 이제 남자 외모 안 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잘생긴 남자들 많이 만나봤어. 잘생긴 남자들은 다 얼굴값 해”라며 비아냥거린다. 여러 차례 공개 연애를 한 김민희이기에 어쩔 수 없이 몇몇 남자 연예인 얼굴이 떠오를 정도다.

이 영화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장면이 바로 상원과 영희의 술자리 설전이다. 술에 취한 영희는 자신에게 책 한 권을 건네는 상원에게 “왜 그런 영화를 자꾸 만드냐. 한이라도 맺혔냐”고 소리를 지른다. 상원은 “나는 영화를 만들지만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자꾸 괴물이 되간다. 계속 후회하다 죽어버리고 싶다”며 영희와 이별을 후회하는 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동정심을 유발한다. 혹자는 이 장면을 홍상수의 자기변명으로 느낄 수 있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랑 이야기를 압축한 이 영화에서도 흥미로운 맥거핀은 존재한다. 1부,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영희를 업고 사라진다. 2부에서는 영희가 머문 호텔 창 밖에서 연신 창문을 닦는 남자가 그렇다. 주인공들 눈에는 이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설정에 대해 홍상수는 언제나 그랬듯 “별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제는 영희의 홀로서기를 담고 있는 듯하나 홍상수와 김민희의 불륜의 그림자에 가려져 영화적인 시각만으로 해석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중론이다. 물론 혹자는 베를린영화제처럼 홍상수 특유의 연출에 반해 박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사진='밤의 해변에서 혼자'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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