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너 멤버 강승윤, 송민호, 김진우, 이승훈(왼쪽부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내내 그리워하겠죠. 위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우리 다섯 명에게 팬들이 표를 줬기에 데뷔할 수 있었던 그룹이잖아요. 마음 속에 있는 빈자리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위너를 만난 건 4일 오후였다. 앨범 발매를 4시간 여 앞둔 위너는 여느 때와 달리 긴장감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았다. ‘어찌 저리 여유로운가’라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이후 인터뷰에서 나왔다. 강승윤은 “이제 새삼 활동의 목표를 1등을 하는 것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강승윤은 Mnet ‘슈퍼스타K’와 ‘윈: 후 이즈 넥스트’라는 두 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끝에 데뷔했고, 매 앨범마다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가지고 있다.

한 번도 어렵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출연했으니 마음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그럼에도 데뷔 후 ‘꽃길’은 보장되지 않았다. 위너는 데뷔 앨범 ‘2014 S/S’ 이후 다음 앨범을 내기까지 약 1년 6개월을 쉬어야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앨범 사이에는 멤버 남태현 탈퇴라는 큰 이슈가 있었다.

“여유로워졌다는 말은 감사하게 들리네요. 그 동안 매 앨범 사이에 공백기가 길게 있었잖아요. 두어 번 겪고 나니 공백기라는 것 자체가 마냥 힘들어 할 시간만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이번 공백기 때는 자기 발전에 주력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좀 생겼는지 예전에는 노래가 나오기 전에 ‘성적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는데 이젠 마음이 편해요. 그냥 이번 활동은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강승윤은 이렇게 말했고, 다른 멤버들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2014년 데뷔해 올해로 데뷔 4년 차가 된 위너는 이제 내려놓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아이돌 그룹에게 멤버 탈퇴 이상의 큰 위기가 어디 있을까. 이를 이겨내고 4인조 컴백을 결심한 만큼 위너는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졌다.

멤버들의 성장이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음악이다. 지난 앨범에서 남태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베이비 베이비’와 ‘센치해’로 활동했던 위너는 이번엔 강승윤, 송민호, 이승훈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릴리 릴리’로 컴백했다. 트로피컬 하우스의 소스들이 사용 된 경쾌한 음악색은 ‘공허해’, ‘센치해’ 때는 미처 느끼지 못 했던 위너의 색다른 면을 발견하게 한다. 장르에 변화를 꾀한 만큼 랩 메이킹에도 고민이 많았다. 송민호는 “밝고 영한 느낌인데 센 랩을 하기가 그래서 편안하게 들릴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송민호는 컴백을 앞두고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하다 목에 무리가 와 한 동안 깁스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퍼포먼스와 랩 메이킹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승훈은 이번 신곡이 “잘난체하는 느낌”이 아니라 “여중생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친숙한 곡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스킬보다는 대중적인 부분을 신경 쓴 게 사실이다. 이걸 우리 팬, 그러니까 예를 들어 여중생이 듣고 따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재미있게 리듬을 탈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이승훈의 설명이다.

물론 그럼에도 남태현의 빈자리는 당분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남태현이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를 결정한 게 불과 5개월 여 전이니 팬들에게도 위너에게도 상처를 치유할 시간은 필요하다. 이승훈은 “아직도 태현이 꿈을 꾼다. 꿈 속에 우린 5인조더라”고 말했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은 딛고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센터가 없는 짝수 그룹이 된 뒤 안무 대형을 짜는 데 고심이 많았다”는 이승훈의 말처럼 최대한 노력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그것이 위너와, 위너를 떠난 남태현이 서로를 응원하는 최선 아닐까.

1년 2개월 여의 공백 기간 동안 자기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위너. “1위 욕심이 없다”던 그들이지만 팬들이 위너를 잊지 않았음은 이번 앨범으로 입증됐다. 위너는 ‘릴리 릴리’로 지니, 멜론, 벅스, 올레, 소리바다, 몽키3, 네이버뮤직 등 7개 음원 사이트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두 번 더 컴백하는 게 현재 위너의 목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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