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한국스포츠경제 DB

 

정부가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정작 국내 30대 그룹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직원 수는 고작 0.8%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가 각각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수장으로 있는 두산그룹과 GS그룹은 오히려 올 상반기 직원수가 줄어들어 정부의 의지에 역행하는 모양새이다.

정부는 청년 고용절벽 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경제단체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청년 고용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시 대기업들도 2017년까지 20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정부의 뜻에 호응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제계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민간 기업에서도 취업 일자리 창출이 많이 될 수 있도록 단체별로 회원 기업을 모아 설명회를 하고 인사담당자들도 만나 독려하겠다”며 정부의 뜻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 한국스포츠경제 DB

 

허 회장 역시 “기업들도 고용 절벽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고 정부 고민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이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비용을 절약을 해서 청년 고용의 기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총수로 있는 그룹들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직원수를 줄였다. 2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0대 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253곳의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와 비교해 정규직 672명, 계약직 523명 등 총 1,195명의 직원을 줄였다. 이는 30대 그룹 가운데 현대중공업(1,664명 감소)에 이어 두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GS그룹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정규직 74명, 계약직 186명 등 총 260명의 직원을 줄였다.

주력 사업의 업황이 불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지만, 앞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말하고 뒤에서는 주력 업종의 업황 불황을 핑계로 직원을 줄이는 ‘두 얼굴’이 드러난 셈이다. 불황을 극복하고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할 지, 또 자신이 총수로 있는 그룹의 직원수는 줄이면서 경제단체 각 회원사들에게 고용창출을 독려하는 것에 힘이 실릴 지도 의문이다.

두산그룹과 GS그룹을 포함해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11개 그룹의 직원수가 줄었다.

가장 많이 줄인 곳은 현대중공업(1,664명)이었고 다음으로 두산(1,195명), 대우건설(968명), 동부(956명), 현대(316명), GS(260명), 대림(103명), OCIㆍLS(각 72명), 한화(33명), 포스코(9명) 등의 순이었다.

고용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현대차그룹으로 5,479명이 증가했다. 다음으로 신세계그룹(3,617명), 효성(1,065명), LG(860명), 동국제강(786명) 등의 순이었다. 최근 대대적인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삼성그룹의 증가폭은 55명으로 미미했다.

전체적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직원 수는 약 100만 5,000명으로 1년 사이 고작 0.8%(8,300명) 증가에 그쳤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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