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위폐를 감별하는 과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빛에 비춰보기, 기울여보기, 만져보기입니다. 하지만 ‘슈퍼노트(super note)’는 제외입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공조’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슈퍼노트는 진짜 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화 100달러권 위조지폐를 말합니다. 조폐공사에서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화폐의 오톨도톨한 느낌도 그대로 살아있고 색깔이 바뀌는 인쇄 기법도 적용돼 식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들이 위폐 감정 업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최근 통화를 위·변조하고 사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위조지폐 방지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련번호가 동일한 1만원권 위조지폐가 다수 유통되고, 심지어 초등학생이 손수 1만원권을 위조한 사례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경기,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JC 7984541 D’라는 일련번호 1만원권 위폐가 최근 수개월 사이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위폐는 70여장 수준으로 경찰은 집계하고 있다. 발견된 위폐들은 정상 지폐와 재질이 다르고, 조금만 눈여겨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조악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울산에서는 초등학생 2명이 손수 위조한 1만원권으로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A4 용지에 1만원권 앞·뒷면을 출력하고 두 장을 붙여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이렇게 매년 위폐 적발량이 증가하는 추세에다가 수법도 다양해지는 가운데, 위폐감정분야에서 독보적 역량을 지닌 KEB하나은행의 위폐감정분야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세계 세 번째로 도입한 최첨단 위변조영상분석 장비를 이용해 화폐를 감정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은행의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적발한 위조지폐는 630매다. 미국 달러 환산 기준 13만4,385달러로 국내 전체 은행의 위폐 적발 금액(15만6,646달러)의 86%에 달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50억달러 가량의 외화를 취급한다. 우리나라 전체 환전량은 200억달러 정도 된다. KEB하나은행이 취급하는 외환 규모가 은행권 전체의 25%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적발 비율이다. 2위인 우리은행(9.2%, 1만4,000달러)과는 무려 9배 넘게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에는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위변조 대응센터가 있다. 지난 2014년 11월 국내 금융권 유일의 위조지폐 전담 독립부서를 신설했고, 국가기관급 CSI(범죄분석) 장비를 도입해 실시간 위조지폐 진위를 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전국 영업점 창구로 들어온 화폐 45종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낸다. 5명 소규모로 시작된 위폐감별 조직은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2012년 국내은행 최초로 고해상도 스캔 이미지를 이용한 실시간 ‘위조지폐 감정 시스템’을 구축해 2013년 위폐 대응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를 센터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KEB하나은행처럼 위변조대응센터가 없는 타행들의 경우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몇 해 전까지 홍콩 외환시장에 위폐를 수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위폐 감정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012년부터 매년 ‘위조지폐감정 고급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62명의 위폐식별 전문가를 배출했다.

이 센터장은 “위폐 13만4,000달러 정도를 원화로 따지면 1억5,000만원 수준 밖에 되지 않아서 일각에서는 많은 투자와 인력을 들일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있는데 사실 여기서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 화폐의 신뢰 차원에서 센터가 필요한 것”이라며 “대량 유통이 우려되는 북한산 추정 수퍼노트 등 그 어떠한 위폐도 잡아낼 수 있도록 역량과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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