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금호타이어가 결국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과 ‘먹튀’ 등 적지 않은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18일 박 회장은 공식적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선협상자에는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권자인 금호아시아나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불공정한 매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사실상 더블스타에게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더블스타는 이미 계약금인 매각금액의 10%는 납부된 상태이며, 잔금 지급, 정부 승인 등 절차만이 남아있다.

▲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고용 승계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금호타이어 노조원들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고용 보장 없는 매각을 중단하라고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넘어가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중국 상하이 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한 후 투자는 등한시한채 기술만 빼간 '먹튀' 사건이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말 기준으로 특허 수가 874개나 되는 회사다. 그 중 50여건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국제 특허다. 공장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지에 8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더블스타는 기술력 부족으로 상용차 타이어에 주력하는 회사다. 글로벌 순위도 34위에 불과해 14위인 금호타이어보다 훨씬 작다. 양사가 한 몸이 된다면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방산업체로 지정된 회사다. 공군 전투기와 군용 트럭 타이어 등을 납품하고 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드보복으로 대중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여론도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의 악재로 꼽히고 있다.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가세했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인수되면 제품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타이어의 제품이라도 금호타이어 상표 대신 더블스타 브랜드를 쓸 경우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업계에는 조만간 발표될 금호타이어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10% 감소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내수 매출이 10% 증가가 기대되는 것과는 정반대상황이다.

더블스타는 이런 우려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수 후 고용 유지, 투자 지속 등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며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숨지지 않았다. 금호타이어가 승용타이어, 더블스타가 상용차 타이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동양생명을 인수해 꾸준히 실적을 올리는 안방보험 사례도 있는 만큼, 믿어도 된다는 주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보다도 훨씬 작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