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세상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세상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김과장’이,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하경이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듬어 줄 수 있기를, 안아 줄 수 있기를 바랐죠.”

남상미에게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어떤 여성상을 기대했다면 KBS2 ‘김과장’에선 만족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남상미는 어른스럽게 팀원들을 챙기고 취미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윤하경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했다. “작품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맡은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시작하든 결국 남상미스럽게 끝나더라. 마치 우리 안에 남상미가 계속 살아 있는 것처럼”이라는 그는 이번 작품을 “‘내 안의 남상미’는 이제 없기로 해요”라는 말로 시작했다.

사실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칭얼대는 스타일이 아닌 남상미는 시원시원한 하경을 만나 물 만난 듯 편하게 연기했다고 한다. 배트를 처음 잡아 봐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연습을 하긴 했지만 본래 취미가 운동이다. “운동은 대부분 가리지 않고 두루 좋아했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 야구’라는 좋은 취미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경이를 연기할 땐 꼭 내 목소리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 덧붙였다.

남상미는 ‘김과장’이 인간적인 작품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러브라인 삭제도 요청했다. 김성룡(남궁민 분)과 서율(이준호 분), 그리고 하경이란 세 명의 인물이 주축이 돼 돌아가는 드라마인 만큼 보통이었다면 이 세 사람의 삼각 로맨스가 극의 큰 축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남상미 역시 “소재가 고갈될 때 가장 편하고 쉽게 꺼낼 수 있는 게” 러브라인 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김과장’을 사회의 축소판이라 봤고, 그 안에서 사랑만 주목 받지는 않길 바랐다. 이런 제안을 제작진도 받아 들였고, 이는 ‘김과장’이 끝까지 자신들 본연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이 됐다.

“사실 분량을 원했다면 러브라인을 빼자는 말을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전 분량보다 ‘김과장’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작품성이 시청자 분들께 제대로 전달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멜로에는 욕심이 안 났고, 대신 하경이 회사 구성원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인물이 됐으면 싶었죠.”

초반의 과제는 이은석(권혁 분) 과장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였다. 남상미는 “대본으로만 봤을 때는 하경이가 이 과장을 너무 챙긴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칫 불륜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는 “직장 동료애라고 생각하기에 현대 직장인들 사이의 관계가 저 정도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잖느냐”며 웃었다. 다행히 숙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수진(전익령 분) 언니와 만나 촬영을 하는 순간 그 모든 게 해결되는 기분이었다”고 남상미는 회상했다. 이 과장의 죽음은 ‘김과장’에서 끝까지 끌고 가는 주요 사건이었다. 남상미는 “그 관계를 제대로 풀지 않았다면 드라마의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보는 분들이 불편하게 느꼈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해답은 사람이었다. 전익령과 합을 맞추며 이 과장과 관계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던 것처럼 ‘인간적인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인간적인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여서 이룰 수 있었다.

“좋은 배우들과 만난 덕에 현장에서 늘 힘을 얻었어요. 저와 안 맞는 사랑들이 없었죠. 그래서 늘 현장에 가는 게 신났어요. 이전까지는 작품을 하면서 저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들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김과장’을 하면서는 그저 현장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고 싶었고 좋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팀원들의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을 동료들이 또 다 잘 받아줬으니 감사할 뿐이에요.”

사진=제이알 이엔티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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