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 두물머리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부터 흘러내린 북한강이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만난다. 두 물길이 만난다고 해서 두물머리다. 익숙한 양수리(兩水里) 역시 같은 의미다. 합쳐진 물길은 호수처럼 넓고 판판한 수면을 만든다.

두물머리는 제법 번창했다. 이곳 나루터는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 있는 강원도 정선군과 충청북도 단양군,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였다. 1973년 팔당댐이 들어서기 전까지 뗏목 타고 나무를 운반하던 ‘뗏꾼’들이 서울로 들어가기 전 이곳에서 하루 푹 쉬었다.

요즘은 천연한 자연을 즐기려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두물머리는 사진 좋아하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성스러운 땅이다. 가까이 있어 친숙한 듯 느껴지지만, 사계절 찾을 때마다 풍경은 늘 새롭고 가슴은 또 항상 벅차다. 미동 없는 수면, 언제나 넉넉한 아름드리 느티나무, 바람 따라 물길 타고 흔들리는 돛배가 문학적 감성을 수시로 자극한다.

두물머리는 조선후기 진경산수화로 이름 날린 겸재 정선의 애를 태웠다. 그는 자신의 작품 ‘독백탄’ 속에 두물머리의 천연한 풍경을 오롯이 담았다. 그림 속 풍경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고상하고 우아한 멋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두물머리가 배경이 된 드라마와 영화는 부지기수다.

수면 한 가운데 덩그러이 떠 있는 작은 섬에 눈길이 간다. 느티나무가 있는 둔치에서 정면으로 보인다. ‘뱀섬’이다. 물난리 날 때마다 뭍에서 떠내려 온 뱀들이 이 섬으로 흘러 들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이렇게 불린다. 섬은 어찌나 작은 지 몇 그루의 나무로도 꽉 찬다. 섬이 들어 앉은 자리가 기가 막히다. 이거 빼고는 사진이 안 될 정도다. 두물머리의 명물이다. 작은 섬에 뿌리 내린 나무들로 물새들이 날아든다.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 절로 차분해지는 풍경이다. 도시에서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이렇듯 천연한 자연이 있다.

두물머리는 근사한 휴식처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 길도 생겼고,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느티나무 그늘에 들어 게으름 부리고, 물가를 걸으며 마음도 살핀다. 상쾌한 공기 들이키면 눈이 맑아지고, 가을을 재촉하는 강바람에 묵은 귀가 씻긴다. ‘힐링’이 별거일까 싶다.

두물머리까지 늘 교통 혼잡이 걸림돌이다. 조금 일찍 서두르면 못 피할 일도 아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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