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연임으로 김 회장은 ‘2012년 지주 설립이래 첫 연임에 성공한 회장’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임기를 완수한 회장’이라는 수식어를 함께 달게 됐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김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농협금융은 지난달 15일 1차 임추위를 시작으로 후보군에 대해 종합적인 경영능력과 금융 전문성, 평판 조회 등을 통해 후보자를 압축해왔다. 김 회장의 임기는 1년이다. 농협금융은 내주 중 주주총회를 열고 김 회장의 연임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농협금융지주

김 회장의 이번 연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임기를 다 채웠고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내부 출신인 신충식 1대 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났고, 옛 재무부 출신인 신동규 전 회장도 1년 만에 떠났다. 임종룡 전 회장은 1년 8개월가량 근무하는 와중에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돼 그동안 임기를 다 채운 회장도 없었고 연임 사례도 없었다.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김 회장의 연임 쪽으로 가닥을 잡아왔다. 최종 후보 선출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까지도 그 흔한 후보군이 불투명했고, 정권 말이라 관료들의 움직임이 조용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임추위는 리스크관리 체계 정비, 디지털금융, 글로벌 사업 등을 김 회장의 연임 배경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농협금융은 산업분석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지난해 조선·해운 부실 여신 충당금 여파로 인한 상반기 2,013억원의 적자를 연간 실적 3,200억원 흑자로 전환시켰다. 김 회장이 경영위기에 과감한 빅 배스(Big Bath·경영진 교체 이후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를 단행해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다.

핀테크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농협금융의 공동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출시했고 NH금융상품마켓(은행), NH올원페이(카드), 모바일 증권 ‘나무’(증권) 등을 출시하며 계열사별 디지털채널 역량도 강화했다.

글로벌 진출 기반도 잘 다졌다. 글로벌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우수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해 전략적 지분투자 및 합작법인을 설립하는데 공을 들였다. 지난해 6월에는 인도 뉴델리 사무소 개소, 1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면서 현지 영업기반도 확충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 이후 리스크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정비하고, 핀테크, 글로벌 사업 진출 등 농협금융의 신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전략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임에 성공은 했지만 김 회장이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았다. 무엇보다도 수익성의 개선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이익 목표치로 6,5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3,200억원의 실적을 낸 것을 봤을 때 무려 두 배 이상으로 농협금융을 키워야 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빅 배스 때문에 충당금이 많아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올해에는 충당금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봤을 때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된다면 가능한 실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을 피하고 자율적 채무조정에 돌입함에 따라 RG가 많은 농협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추산되는 농협의 손실 규모는 4,200억원을 훌쩍 넘었으나 대우조선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들어가면서 손실액은 150억원 수준으로 대폭 내려갔다.

농협금융은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손익관리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연초부터 비상경영체제에도 돌입했다. 올해 은행과 비은행 간 손익 비중을 50대 50으로 재정립해 장·단기 균형잡힌 손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도 필요해보인다. 농협금융은 조직 규모가 방대하다보니 조직문화에 있어서 속도와 효율성, 1인당 직원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었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6대 은행(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기업)의 1인당 직원 생산성 중 농협은행은 5위에 그친 바 있다.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가 글로벌 진출의 원년이라면, 올해는 그 성과가 가시화 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사업의 추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먼저 지주·은행간 임원을 겸직 운용하고 전담조직을 확충한다. 지주의 경우 글로벌 사업 담당국을 부서로 격상하고 은행에는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한다. 또, 아시아 신흥국을 대상으로 농업과 금융을 연계한 차별화된 모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빅 배스를 통해 부실 여신에 대한 잠재적인 충당금 리스크를 해소했고,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도 완료돼 농협금융의 사업추진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52년 충남 보령생으로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복지생활과장,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등을 지냈다. 2015년 4월 농협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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