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디젤 엔진이 멸종위기에 빠졌다. 나날이 강화하는 규제 정책에 더 많은 노후차가 폐차되면서도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 대선후보들도 디젤차 축소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미래 전망까지 어둡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자동차등록통계를 통해 올해 1~3월 경유차 폐차 대수가 21만705대라고 밝혔다.

▲ 노후 경유차 폐차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폐차율도 급격히 늘었다. 한국스포츠경제 DB

한 분기 경유차 폐차 대수가 20만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동기(15만6,455대)와 비교하면 34.7%나 늘었다.

이는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정책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시 지원금으로 1,800억원을 마련했다. 노후 경유차를 폐지하고 신차를 구매하면 개별소비세 70%를 감면해주는 내용으로, 교육세, 부가가치세까지 합하면 최대 143만원을 지원한다.

1분기 수입차 시장이 줄어든 데에도 디젤엔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5만4,9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이중 디젤차는 2만7,188대. 전년 동기보다 29.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디젤차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디젤차보다 화력발전소 등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조만간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을 더 상향조절할 예정이고,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로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는 5월 9일 열리는 대선에 나서는 차기 대통령 후보들도 앞다퉈 미세먼지 감소 대책으로 경유차 축소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 퇴출을 비롯해 조기 폐차, 대형·건설 장비에 미세먼지 저감장치 설치 의무화, 노선버스 연료 압축천연가스(CNG)로 전환 등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전기차 보급과 동시에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미세먼지 기후 정의세’를 신설하고 경유차에 대한 과세를 통한 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디젤의 몰락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이다. 디젤차에 대한 규제는 이미 예정됐었다는 것이다.

완성차사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여파로 디젤엔진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디젤엔진에 대한 회의는 이미 있어왔다”며 “업계 대부분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푸조시트로앵는 높은 연비의 디젤 엔진을 주력 모델로 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Blue HDi엔진과 수동식 자동변속기인 MCP가 비결이다. 사진은 시트로앵 C4칵투스. 한불모터스 제공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높은 가능성을 가진 디젤엔진 개발을 막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나타난다. 디젤엔진은 효율성을 높이면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관으로, 지나친 규제가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젤게이트의 본질은 배출가스 조작이다. 적발된 차 대부분은 조작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기준치를 통과했다”며 “최근 디젤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필적하는 배출가스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디젤엔진을 표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낙관하는 모습도 보인다. 디젤엔진이 경제성이 높은만큼 소비자들도 쉽게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젤 엔진이 배출가스 이슈는 있지만 친환경차와 비교해도 여전히 경제성이 높다”며 “소비자들이 일률적으로 이런 디젤엔진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