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현장 모습/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김해=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23일 경남 김해의 가야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17은 지방 대회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평일을 낀 사흘 간 무려 2만 명의 갤러리들을 끌어 모았다. KLPGA 투어의 수도권 편중 현상에 경종을 울리듯 웬만한 수도권 대회를 훌쩍 뛰어넘는 흥행 파워를 자랑하며 지방 대회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넥센 대회는 목표치인 2만 명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 막을 올린 평일 1라운드 2,000여 명을 시작으로 한때 빗줄기가 내린 2라운드에서는 5,000여 명이 입장했다.

마지막 날은 날씨까지 화창해지며 무려 약 1만3,000명 가까이를 끌어 모았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대회 관계자는 “골프장 주변이 산책로와 연결돼 있는 관계로 정확한 집계는 힘들지만 김해 대회는 매년 1만 명 이상이 꾸준히 찾아주셨다. 올 때마다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는 한 관계자가 “홀을 이동하는 갤러리들이 사람에 치이고 휩쓸린다”고 표현할 만큼 인산인해였다.

45홀 회원제 골프장과 9홀 대중 골프장을 갖춘 265만㎡의 가야컨트리클럽은 해발 630.7m의 신어산 정상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고지대여서 바람이 제법 강한 편이고 체감 기온도 춥다가 덥다가를 반복하는 등 변덕스럽다.

이런 악조건에 아랑곳 않고 사흘 내내 오전 일찍부터 갤러리들이 장사진을 쳤다. 이들을 태워다 나르는 셔틀버스는 오후까지 만원을 이뤘다.

주최사는 올해부터 통 큰 무료입장으로 지역 골프 팬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관계자는 “매년 많은 갤러리들에 고무된 넥센 주최사 고위층에서 올해는 더 많이 모으자는 취지로 과감하게 무료입장을 시키기로 했다. 꼭 입장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2만 명을 목표로 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무료로 갈 가능성이 높다. 숫자도 중요하지만 축제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뜻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돌아봤다.

주위에 대도시들을 낀 접근성도 한몫을 했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김해와 부산뿐만 아니라 마산과 창원에서도 많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주말에는 가족들의 나들이를 겸한 장소로도 그만이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나온 40대 가장은 “골프도 보고 바람도 쐴 겸 나왔는데 참 좋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보완해야 할 숙제도 남겼다. 대다수의 50~60대 갤러리들은 각자 식견이 높아 선수들의 샷을 일일이 분석할 정도로 수준 높은 관전 문화를 보여줬으나 모두가 그렇지는 못했다. 고진영(22ㆍ하이트진로)이 마지막 날 모든 라운딩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휩쓸릴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흥행 바람에도 경남 지역에서 개최되는 KLPGA 대회가 줄어드는 추세는 아쉬운 대목이다. 관계자는 “넥센 대회는 경남ㆍ부산 지역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면서도 “작년부터인가 경상도 대회(KLPGA 기준)는 저희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체적으로 주최 측도 갤러리들도 흥이 나는 대회였다. 유원골프재단이 최근 내놓은 한국 골프산업백서를 2016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338만 명으로 집계됐다. 포화 상태인 수도권과 달리 지방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본다면 수많은 사람들로 축제의 장을 마련한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는 골프의 저변을 넓히는 성공 모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해=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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