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당신의 목과 폐는 안녕하십니까? ①

[한국스포츠경제 정영선]

“젊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보고 눈물을 흘렸어. 나하고 같이 일하고 이야기하고 놀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죽으니까 마음이 좋지가 않아.”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에 위치한 당진화력발전소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 채 200가구가 안 되는 이 작은 마을에 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자가 무려 23명에 달한다. 교로 3리까지 합치면 사망자 수는 30명을 넘는다. 당진화력에서 날아오는 석탄분진은 이 마을 주민들에게 이미 공포의 대상이 됐다. 

김명각씨는 현재 폐기종으로 당진성모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교로 2리 주민 김명각(77)씨도 “현재 폐기종으로 당진 성모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며 "지난 2013년 폐의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저녁에 갑자기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숨이 가빠 병원에 갔더니 폐암 판정을 받았다”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라 농사일은 거의 손을 놓은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한 때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은 해가 뜨고 지는 명소로 각광을 받으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큰 욕심 없이 대대로 논 밭농사와 바다에 기대어 사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1999년 화력발전소 가동 이후부터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당진화력에서 비산하는 석탄가루로 인해 농작물 피해는 물론 암환자 발생까지 급증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충청남도가 단국대에 의뢰해 당진, 태안, 보령발전소 등 도내 오염취약지역 6곳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가장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화력 인근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요중비소, 체내중금속, 심전도 등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교로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주민 채모(44)씨는 “바람이 많이 불면 야외 테이블에 화력발전소 야적장에서 날아온 새카만 먼지가 쌓여 아무리 닦아 내도 소용 없다"며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것은 고사하고 쌓이는 석탄가루만 봐도 속이 새카맣게 탄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발전소가 들어서기 전에는 해돋이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꽤 있었는데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부터는 발전소에서 내뿜는 흰 연기가 태양을 가리면서 관광객들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마을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식당들은 대부분 문이 닫혀 있어 정막감이 흘렸다. 그나마 영업을 하는 식당도 석탄가루 등 먼지가 바람에 날려 집안에 들어올까봐 문을 닫은 채 장사를 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당진화력발전소 뒤편 약14만평(46만2809㎡)의 야적장에 쌓아 놓은 어마 어마한 석탄이 문제라고 지목했다. 야적장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석탄이 바람만 불면 하늘로 솟아올라 마을 곳곳에 내려앉고, 비가 오면 빗물에 석탄이 녹아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설명이다. 

시시각각 석탄가루가 바람에 날려 빨래 조차 밖에 널지 못한 채 비닐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  

교로 3리 주민 김모(50·여)씨는 “옥상에 빨래를 널면 흰 세탁물이 검어지고 집안 책상 등도 2~3일만 지나면 검은 미세먼지가 쌓인다"며 "창문 유리도 자주 닦는데 흰색 수건이 검게 변한다”고 말했다.

주변 논과 밭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의 경우 생육장애는 물론 석탄 분진 오염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게 현실이다.

김씨는 이어 “가을에 김장을 하려고 배추와 양파 등을 다듬다 보면 속 사이마다 검은 석탄재가 내려 앉아 있는 경우도 자주 볼수 있다”며 "시장에 내다 팔기는 고사하고 나 조차도 먹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당진화력발전소가 인접해 있는 석문면 교로 3리의 한 건물 옥상에 석탄가루가 바람에 날려와 쌓여 있다.

석탄이 야외에 쌓여 있다 보니 자칫 대규모 화재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1월 저열량탄인 아역청탄을 쌓아 놓은 석탄 야적장에서 자연발화로 불이 나 인근  주민들이 약 2달간 가스 악취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발전소에서 뿜어내는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PM 2.5)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이 초미세먼지는 그 배출량의 11%를 차지한다. 

미세먼지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돼 있어 미세먼지 노출이 많이 이루어지면 질수록 암발생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름, 초가을 등 남동풍 계절적 요인으로 충남지역 소재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수도권 대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1~7월 충남지역의 PM2.5 평균 농도는 32µg/m³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4µg/m³인 서울보다 8µg/m³ 높은 수치다. 

오염이 특히 심한 겨울철에는 충남지역의 PM2.5 농도는 서울보다 13µg/m³ 높은 41µg/m³을 기록했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자동차가 많은 서울보다 충남지역의 PM2.5가 농도가 높은 것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가스 배출량 총량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지역의 PM2.5 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PM2.5에 최대 28%까지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풍이 심한 겨울철에는 국내 전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충남 서해안에 소재한 석탄발전소(서천·태안·보령·당진)는 전국 59기 중 29기(49%)가 집중돼있으며,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에 최대 28%까지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국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로 연간 국내 조기사망자 수가 1144명인 것으로 분석했다. 석탄발전 내구연한을 30년으로 보면 3만42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국책연구기관에서조차 화력발전소로 인해 해마다 1,100여명이 조기사망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며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적, 국민건강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가동율을 낮추고 신규 허가를 해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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