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국내 레이싱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CJ슈퍼레이스.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국내에서 가장 빠른 차들이 한 데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차종 제한이 없는 GT클래스는 어떤 양산차가 더 빨리 달릴 줄 아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배기량 등에 따라 1~4개 클래스로 나눠져 있어 세그먼트별로도 누가 더 나은지를 볼 수 있다.

상위 클래스에서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다. 배기량 기준이 1,400cc 이상 5,000cc 이하에 4~8기통, 자연흡기나 과급엔진을 달아야 하는 GT1클래스와, 3,800cc 미만 자연흡기 엔진만 허용하는 GT2 클래스 모두에서다.

▲ 슈퍼레이스 GT1~2클래스는 대부분 제네시스 쿠페를 사용한다.

제네시스 쿠페는 2008년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만든 후륜구동 스포츠카다. 국내 최초의 스포츠카로 꼽히기도 한다. 제네시스 BH와 형제 모델로 2016년 단종됐다.

제원을 보면 제네시스 쿠페는 빠를 수 밖에 없는 차다. 무려 3.8리터 V6 람다Ⅱ엔진을 달았다. 순정 상태에서만 최고출력 350마력에 최대토크 40.8kgf·m를 발휘한다.

차체 성능도 발군이다. 순정 상태에서 전후 무게 배분이 55:45. 공기저항계수는 0.32cd에 불과하다. 무게도 1,500kg대. 출전차량은 이를 최저기준인 1,190kg까지 줄인다.

여기에 맞서는 차가 1.8리터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라는 것은 놀랍다. GT1클래스에서 쉐보레 레이싱팀이 타는 차는 바로 크루즈다. 올해 대회부터 올 뉴 크루즈로 변경했다. 개막전에서는 아쉽게 리타이어했지만, 2전에서는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등 실력 발휘를 시작했다.

▲ 쉐보레 레이싱 팀은 GT1클래스에서 준중형차 올 뉴 크루즈로 상당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대회에 나오는 올 뉴 크루즈는 GM의 1.8리터 에코텍 엔진을 가슴에 품었다. 양산되는 차에 달리는 1.4리터 터보 엔진과는 다른, 이전세대에 쓰였던 제품이다. 순정엔진 힘은 최고출력 142마력에 최대토크 18kgf·m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기용은 캠과 피스톤을 바꾸고 터빈을 추가로 달아 최고출력 360마력에 최대토크 56kgf·m이나 발휘할 수 있다.

올 뉴 크루즈의 가장 큰 장점은 날렵한 보디다. 공기저항계수가 0.28cd에 불과하다. 세단이지만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해 멋과 성능을 동시에 잡았다.

급이 낮은 대회인 GT3~4클래스를 보면 차종은 훨씬 다양해진다. 업계가 B~C세그먼트를 대상으로 한 원메이크 레이싱을 많이 열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좋은 차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아반떼컵 마스터즈 이동현 선수의 아반떼 스포츠

아반떼컵 마스터즈가 슈퍼레이스에 편입되면서 원메이크 레이싱으로도 유명해졌지만, GT클래스에서도 아반떼는 여전히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위권 선수 상당수가 아반떼를 탄다.

아반떼는 공기저항계수가 0.27cd에 불과해서 차체만으로도 상당한 매력이 있다. 스포츠 모델은 여기에서 차체가 더 낮아졌으니 날렵함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처음으로 슈퍼레이스에 편입됐으면서도 아반떼컵은 적지 않은 인기 몰이 중이다.

1.6리터 가솔린 엔진 기준 순정상태에서는 최고출력 132마력에 최대토크 16.4kgf·m에 불과하지만, 터보를 장착한 스포츠는 최고출력 204마력에 27kgf·m에 달하는 강력함을 자랑한다.

거리에서는 보기 힘든 벨로스터 터보도 GT클래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아반떼 스포츠에 들어가는 1.6리터 터보엔진이 들어가는데다가 쿠페형이라 무게가 1,300kg대로 아주 가벼운 편이다. 공기저항 계수는 0.32cd로 쿠페형 치고는 약간 높지만 해치백 스타일로 코너링에서는 강점이 있다.

▲ 벨로스터는 다소 독특한 디자인이지만 쿠페를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성능 브랜드인 N시리즈의 두번째 모델이 바로 벨로스터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 제공

비 현대차 중에는 아베오도 빼놓을 수 없는 모델. 쉐보레는 ‘잘 달리고 잘 서는’ 차를 잘 만드는 곳이다. 소형차 아베오가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해도 레이싱에서는 잘 달리기로 소문이 나있다. 엑스타 슈퍼챌린지에서는 ‘슈퍼 아베오 클래스’라는 원메이크 레이싱도 있다. 1.4리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140마력에 최대토크 20.4kgf·m을 발휘한다.

일부 선수들은 K3쿱을 탄다. 아반떼 스포츠와 같은 1.6 터보 엔진으로 같은 성능을 낸다. 쿱 형이라 공기저항 계수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서는 K3쿱 챌린지 레이스가 열린다.

레이싱 관계자는 "차종을 고르는 기준에는 얼마나 많은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느냐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차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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