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2020년을 목표로 금융사들이 뛰고 있다. 저마다 중장기 성장전략인 ‘2020 프로젝트’를 앞세워 글로벌 손익 부문, 계열사 동반 성장 부문 등에서 치고 올라가겠다는 계획이다.

▲ (왼쪽부터)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진=각 사 제공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자산관리 전담 조직을 만들고 카드사업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계열사 혁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을 목표로 업계 선도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7일 농협은행 제주수련원에서 ‘농협금융 2020 경영혁신 토론회’를 열어 이런 방안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농협금융이 중심이 되고 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이 참여하는 ‘고객자산가치제고협의회’(가칭)를 만들어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문별 주요 전략을 살펴보면 먼저 카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카드 사업은 농협은행의 사업부문인 'NH카드분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상품·예산·조직·인사 등에 관한 권한을 확대해 독립 법인과 비슷한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0년에 카드 이용액 110조원을 달성하고 시장 점유율 3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농협은행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이른바 '아웃도어 세일즈' 팀을 모든 영업점에 배치하고 대면·비대면 거래를 융합하는 '통합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3대 은행을 목표로 삼았다.

농협금융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소액대출, 은행, 손해보험 사업 등을 담당하는 합작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캄보디아에서는 소액금융사업을 위해 중소형 MFI(Micro Finance Institute) 인수를 추진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신전문사 설립을 추진하며 미얀마에서는 MFI 사업을 확대한다. 베트남에서는 디지털뱅킹 사업을 벌인다.

농협금융은 이번 혁신안이 제대로 실행되면 계열사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협중앙회에 내게 돼 있는 농업지원사업비 납부 전 순이익이 2020년 1조6,5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7.6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 4월 김용환 회장이 국내 대표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기 위해 전 자회사에 혁신을 강하게 주문한 이후 2개월 간 지주와 자회사가 심도있게 논의한 결과”라며 “지난 달 법인별 CEO가 직접 혁신방향을 회장에게 보고하고 논의한 CEO 토론회 이후 수차례 경영진·실무진 회의를 열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일찌감치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꿨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신한금융지주는 국내 1위 금융그룹의 위상을 넘어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2020 프로젝트’의 목표로 밝혔다. 조 회장의 첫 임기종료 시점인 2020년까지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달 27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핵심영역인 본시장과 글로벌, 디지털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지주, 은행, 금투, 생명, 캐피탈 5개사를 겸직하는 GIB 사업부문장을 선임함으로써 그룹 자본시장 부문을 통할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현재 8%인 그룹의 자본시장 부문 손익 비중을 2020년 14%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2년 간의 임기를 시작한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글로벌 전략에 있어 2020년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행장 취임식에서 “인도네시아나 인도, 미국에서도 베트남 법인과 같이 수익을 내는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총 수익에서 12%인 해외 수익 비중을 늦어도 2020년까지는 20%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2020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톱50’ 은행을 목표로 동남아 시장 인수합병(M&A),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광구 행장은 이같은 미래 비전을 지난 1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임추위 위원들도 이 행장의 미래전략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해외 영업영토를 넓히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필리핀 현지 중형 저축은행 웰스 디벨롭먼트 뱅크(Wealth Development Bank)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웰스 디벨롭먼트 뱅크는 우리은행과 파트너사인 빅살(Vicsal)그룹의 합작사로 재탄생했다. 빅살그룹은 필리핀 전역에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며 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유통회사다. 우리은행은 빅살그룹과 함께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해 2020년까지 130만명 이상의 회원 확보를 통해 리테일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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