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업계가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한 차례 몸집을 줄인 가운데 연쇄적인 구조조정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지급여력(RBC)비율의 부담감에 점포를 대폭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발버둥쳤지만 업계 전반에 부는 2차 칼바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사이 보험업계의 인력감축이 뚜렷한 가운데 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연쇄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보험업계의 인력감축이 뚜렷하다. 2012년 대비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이미 2,499명이 축소됐지만 올해는 감원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IFRS17을 앞두고 RBC비율이 보험업계 인력 축소에 큰 원인이 됐다. 1분기를 기준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KDB생명보험(124%), 현대라이프생명(150%)의 RBC비율이 150%미만이거나 근접한다. 흥국생명도 150%를 밑돌다가 최근 권고기준 이상이 됐다.

KDB생명은 이달 3일부터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70개 영업점포도 절반수준으로 통폐합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5월 140개의 전속지점을 80개로 축소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임금 피크제로 실질적 감원을 시도했다.

이밖에 AIA생명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알리안츠생명, 신한생명 등도 최근 1년 사이 인력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노사갈등은 증폭되는 중이다.

지난주까지 KDB생명의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계획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희망퇴직의 조건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불만이 나온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내보내겠다는 분위기로, 희망퇴직의 의도보다는 밀어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인사가 예고돼 있는데 사측이 인사로 메시지를 던지리라고 예상한다. 영업에 대한 이해 없이 인력축소에만 나선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했지만 노조 측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반발했다.

노사갈등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의 연쇄 구조조정 바람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IMF사태와 맞먹는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인력조정으로 RBC 비율을 끌어올린 보험사를 벤치마킹하는 보험사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흥국생명이 지점 효율화와 신종자본증권(150억원) 발행으로 RBC비율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렸다. 흥국생명은 구조조정 당시 150% 미만을 유지하다가 6월 말을 기준으로 158%까지 회복했다.

인력조정 외의 자본확충 방안도 점차 소진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연달아 발행하면서 가능한 자본확충 수단을 한계점까지 사용해 왔다.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인 보험사들은 아예 자본확충 여력조차 부족하다.

한편, 앞으로 보험설계사의 설 자리도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대한보험인협회 관계자는 “점포 통폐합이 가속화되면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인력도 대폭 축소되면서 설계사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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