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문재인 정부의 ‘빚 탕감’ 정책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금융권의 연체채권 쌓기가 문제라는 반박도 고개를 들고 있다.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는 채권임에도 금융사들이 무분별·관행적으로 채권을 되살리면서 금융 ‘코마’를 양성한다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에 대해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금융위원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규모가 214만3,000명, 25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공공기관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9월 말까지 사라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이 73만1,000명 5조6,000억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금융 공공기관 50만명 16조1,000억원의 소멸시효 완성 또는 파산면책 채권이 소각된다.

민간 금융회사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은행이 9,281억원 18만3,000명, 보험 4,234억원 7만4,000명, 여신전문금융 1만3,713억, 저축은행 1,906억원 5만6,000명, 상호금융 2,047억원 2만2,000명이다. 이들은 정부 주도하에 자율적인 채권 소각을 요구하기로 했다.

SBI저축은행이 직후인 지난 1일 법인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1조1,000억원 삭제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개인소멸시효 완성채권의 기록도 1조원가량을 지웠다.

금융당국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이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음에도 추심에 시달리거나 연체 기록이 남는 ‘빚의 수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도 소멸채권을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약속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화할 것”이라며 장기 채권을 지속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의 빚 탕감 정책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민간의 빚을 세금으로 갚아주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소각채권들은 소멸시효가 이미 지난 채권을 전산에서 삭제할 뿐 이미 ‘빚’으로 책정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주식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이번에 소각하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빚 탕감’이라고 보기 보다 금융사들이 추심을 충분히 진행하고도 상환 받지 못한 채권의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라며 “시효를 완성시키기 전에 개별사별로 비용편익 분석을 진행해 완성을 결정한 채권을 전산에서 지우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포퓰리즘을 지적하기 앞서 채권을 무분별하게 꼼수 연장하는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7년 3월 말을 기준으로 전체 금융사의 특수채권(장기연체 채권) 규모는 20조1,542억원이다.

자료=제윤경 의원실

채권시효는 5년이지만, 금융권은 만료가 임박한 채권을 사고 팔거나 소송을 걸고, 소액의 빚 탕감을 빌미로 채무상환 의사를 받아내 채권을 부활시키는 꼼수를 자행해 왔다. 이런 방법으로 전 금융권의 소멸시효 임박, 만료 채권 중 40%가량이 연장됐다.

연장채권은 이자가 원금을 넘기는 역전현상을 부른다. 전 금융권에서 특수채권 이자는 8조1,882억원으로 원금 11조9,660억원에 근접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채권을 연장하는 관행적이고 무분별한 연장이 문제이지, 완성 채권을 전산에서 정리하는 것과 도덕적 해이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금융당국도 채권 소각을 진행하며 금융권의 문제의식을 일깨운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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