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채성오] 일본 도시바가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두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연합컨소시엄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산 것.

도시바. 사진=연합뉴스

30일 일본 교도통신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가 미국 웨스턴디지털,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미·일 연합과 계약을 체결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지난 6월 21일, 도시바는 메모리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등 한·미·일 연합을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 구조와 경영권 참여 등을 두고 외부 기술유출을 우려한 도시바 측이 계약을 미루면서 지지부진하게 전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바의 파트너사인 WD가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매각중지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잡음이 발생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WD가 매각 조건으로 소송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보도했다. WD의 소송 제기가 변수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과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가 일본에서 만나 매각 상세조건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WD는 보통주 보유를 포기하고 임원 파견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사실상 경영권을 간섭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수년 후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신규주식공개(IPO)를 개최해 상장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기존 한미일 연합에서 배제된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털은 도시바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다.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한 것이 비밀유지사항을 위반한 점에서 법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파트너사인 WD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꿨다는 점에서 상도의를 져버린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쓰나가와 도시바 사장은 31일 이사회를 통해 계약 내용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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