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지난 국감에서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하이트진로㈜에 칼을 겨눴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첫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제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을 확인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가 중소기업에 각종 피해를 끼치며 총수2세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약 10년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력 및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했다.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는 생맥주의 온도를 차갑게 관리하는 맥주냉각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는 총수 2세인 박 부사장이 지난 2008년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후 과장급 2명을 바로 파견해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장급 2명은 서영이앤티에서 기획과 재무, 영업 등의 핵심업무를 수행하면서 하이트진로와의 내부 거래를 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당초 삼광글라스(제조업체)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으며 나중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하던 알루미늄 코일(공캔의 원재료)과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서영이앤티가 보유 주식을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인수된 회사에 거래단가를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우회지원까지 했다.

하이트진로 CI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행위로 서영이앤티는 사업경험이 전무했음에도 일시에 유력한 사업자 지위를 확보했다. 또 매출 규모는 6배 급증(2007년 142억원에서 2008~2012년 연평균 855억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부당내부거래가 박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2007년 박 부사장의 지분 73% 인수로 하이트진로에 편입된 후 박 회장의 지분 증여, 기업 구조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박 회장이 단독지배하던 구조에서 박태영 부사장 → 서영이앤티 → 하이트진로홀딩스 → 하이트진로로 그룹 지배구조가 전환됐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 법인과 박 부사장을 불법 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같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와 김창규 하이트진로 상무도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에 79억4,700만원, 서영이앤티에 15억6,800만원, 삼광글라스에 12억1,800만원으로 총 107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법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적 내용은 이미 해소된 사항이며, 지난 거래에 대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특히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관련부분은 다수의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음에도 공정위와 입장 차이가 있어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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