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처럼 체조경기장 한 번 뒤집어 놓아야죠.”

방탄소년단에게 지난 25~26일 열린 빅뱅의 월드투어 서울공연은 제법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이틀간 동원된 2만 6,000 관객, 최고 사양으로 채워진 음향·조명·무대 등은 같은 가수가 봐도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방탄소년단은 다짐했다. 곧 저 무대를 우리가 손에 넣겠다고.

흐름은 좋다. 지난 2월 일본 4대 도시 투어에서 방탄소년단은 전석 매진을 달성했다. 지난달 올림픽홀에서 열린 국내 콘서트 역시 2분 만에 티켓을 모두 팔아치우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이 여세를 몰아 컴백 일정을 앞당길 정도로 좋은 기운이 방탄소년단에게 맴돌고 있다.

29일 발매되는 다섯번째 미니앨범 ‘화양연화’에는 일곱 멤버 모두가 작사·작곡에 참여해 더욱 남다른 각오다. 자신들의 얘기를 여느 앨범보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 주제는 꽤 무거웠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뜻의 앨범 타이틀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치열한 고민과 번뇌를 노래했다.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루고 인기도 얻었지만 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그들의 현재 삶과도 의미가 통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모든 멤버가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상당히 기쁘다. 앞으로 계속 해나가겠다. 지금까지 발매한 다섯 앨범 중 우리의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10~20대의 고민과 생각, 우리 나이 때 이야기를 굉장히 하고 싶었다.”(슈가)

-‘화양연화’라는 앨범 이름도 본인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건가.
“꽃은 지기 전에 가장 아름답지 않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바로 지금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슈가)

-반항아 이미지였는데 이번엔 불안한 청춘을 묘사했다.
“막내를 제외하곤 이제 모두 성인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학생 이미지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해야 하나.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시기의 어두운 면을 그려봤다.”(진)
“그렇다고 우리의 맥락이 바뀐 건 없다. 그 동안 한가지 정서만 갖고 얘기한 적은 없었다. 꿈에 대해 얘기할 땐 꿈에 대한 의문을 던졌고, 행복을 말할 때도 그것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청춘에 포커스를 둔 건 맞지만 마냥 꽃처럼 아름답다는 방식은 아니다. 꽃이 지기 전에 아름다움, 그 이면에 있는 불안과 지친 마음, 그런 쪽에 초점을 맞췄다.”(랩몬스터)

-무엇이 불안하고 무엇에 지쳐있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방탄소년단 그리고 나, 잘 돼야 할텐데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하고 불안하다.”(슈가)
“부족한 것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지민)
“매사에 큰 불만이 없는 게 고민이다. 장점일 수 있지만 남들처럼 뚜렷한 목표 의식이 안 생긴다.”(진)
“나만의 돌파구를 못 찾았다. 랩과 춤 등 여러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특출나게 뭘 잘하는지 느껴본 적이 없다. 완성도 있는 앨범이 나왔지만 나는 아직 혼자 방황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제이홉)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서 정리가 안 된다. 하나라도 잘 해야 하는데 전부 안 되는 것 같다.” (정국)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뒤돌아 볼 틈이 없는 것 같다. 연예인이란 직업은 마음에 없는 일도 하고 포장할 때도 있다. 래퍼는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다. 도대체 어디까지 솔직해야 되나 혼란스럽다.”(랩몬스터)

-자유를 지향하는 힙합 vs 관리가 목적인 기획사, 힙합 그룹을 표방하는 방탄소년단은 태생부터 모순적이다.
“처음엔 사람들이 단순한 아이돌 취급하는 게 싫었다. 음악을 어떻게 보여줘야, 말을 어떻게 해야 달리 보일까 고민했다. 다섯 장의 앨범 내보고 나니 달라졌다. 나를 보는 건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아이돌 그룹으로 보든 뮤지션으로 생각하든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걸 깨달았다.”(랩몬스터)

-데뷔한지 벌써 2년, 돌아보면 어떠한가.
“말 그대로 눈 뜨면 컴백, 눈 뜨면 콘서트, 2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굉장히 바쁘게 살아왔다.”(진)
“순수하게 음악이 하고 싶어서 준비했지만 대중성이란 숙제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었다. 어느 순간 초월하고 내려 놓게 됐다. 너무 그런 시선에 쫓기면서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그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재밌는 활동이 될 것이다.”(슈가)

-‘꿈을 이룬 사람의 2년’이라고 말하면 또 다른 생각이 들 것이다.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경제적인 것과 결부되는 순간 많은 게 달라진다. 음악이 싫어질 때도 있었다. 이 것 하나 하자고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았다. 사생활도 없고, 부모님도 못보고, 자유롭게 다니지도 못하고, 가장 큰 꿈을 손에 쥐고 있어서 기쁘지만 잘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고…. 갈등이 됐다.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건가 생각이 많았다. 참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이 환호해주는 무대에만 서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그런 짜릿함 때문에 음악을 놓지 못하겠다.”(랩몬스터)

-앞으로 2년, 어떻게 내다보나
“올라온 만큼 더 치고 올라가고 싶다. 음원 1위도 하고 싶다.”(뷔)
“우리나라 실내 공연의 성지인 체조경기장에서 우리도 빅뱅처럼 폼나는 콘서트 한 번 펼치고 싶다. 하루가 아닌 3일짜리 공연으로 아주 크게 말이다.”(슈가)
“지내온 2년처럼 똑같이 바쁘고, 꾸준히 우리 앨범 내면서 내공을 쌓겠다. 막상 바쁘지 않으면 또 불안하다.”(제이홉)

-힙합의 중흥기다. 방탄소년단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메이저와 마이너, 언더와 오버그라운드의 오작교가 되고 싶다. 엔터테이너로 그치는 게 아니라 힙합을 멋있는 문화로 발전시키고 싶다.”(슈가)
“굳이 힙합 그룹이란 말을 고집하고 싶지 않다. 다만 멤버 모두가 앨범에 참여하고 힙합 핵심인 진정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겠다.”(랩몬스터)

-마지막으로 이번 활동의 각오 한마디.
앨범 제목이 ‘화양연화’이지 않나. 좋은 뜻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번 활동으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겠다.(제이홉)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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