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건설업계 시공 순위 3위(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의 대우건설 인수자로 호반건설이 낙점됐다. 업계 13위의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게 되면서 대우건설은 금호그룹이 산업은행에 지분을 넘긴 2010년 이후 7년여 만에 다시 새 주인을 맞게 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19일 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우건설 지분 50.75%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 지분 50.75% 중 주당 7,700원에 지분 40%만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풋옵션을 부여했다.
호반건설이 분할인수 방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날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은 “일부 지분을 호반건설에서 풋옵션 형태로 유예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호반건설 측에서) 2대 주주로 산은과 같이 가기를 원했던 부분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 부행장은 이어 “대주주 변경에 따라서 대우건설의 원활한 파이낸싱을 불안하게 느꼈던 부분이 있었고 산은이 10%가량 풋옵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산은 입장에서도 경영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할 수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이 경영안정화를 이룰 때까지 불안 요소를 해소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산은을 2대 주주로 세워두면서 향후 수주나 금융지원에 있어 지원을 받을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2년 뒤 호반건설이 잔여 지분을 인수하지 않을 리스크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매입보장, 지급보증 형태로 리스크를 보완하는 조치를 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전 부행장은 “10.75%가 2년 이후 처리 안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헐값 매각 논란’이 주가 됐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은 3조2,000억원이다. 매각 대상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계산한 인수 가격은 1조6,242억원으로 취득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판 셈이 된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매년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평가해 장부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은 회계상으로 손상처리해 이번 매각으로 추가로 손실을 인식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 부행장은 “대우건설 인수 때 투입한 3조2,000억원에 비해서 매각 예정 가격이 상당히 못 미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공정가치 감안하면 헐값 매각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공정가치 기준으로 값이 싸고 비싸고를 논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입찰가액이 최근 대우건설 평균 주가에 비해 30% 정도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것이 전 부행장의 설명이다.
현 주가 수준도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 부행장은 밝혔다.
그는 “현 주가가 매각가에 영향을 안 미쳤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상반기 흑자전환을 계기로 8,000원대까지 회복했는데 이후 일부 해외 사업장의 추가 부실로 3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친 점이 (주가에)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6년 기준 호반건설의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대우건설 매출(10조9,857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대우건설 인수로 호반건설이 해외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호반건설은 사업 구조가 국내 주택사업에 편중돼 있어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호반건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호반건설은 이후 대우건설에 대한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조건을 확정한 뒤 올여름께 매매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