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융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최근 마무리가 된 금융권 인사에서 여성 임원들이 속속 이름을 올리면서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말)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 임원에게 맡기는 직무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5일 있었던 인사에서 지주사 원신한(One-Shinhan) 전략팀장과 사회공헌팀장에 여성을 부서장(부장급)으로 발탁했다. 지주사 창립 이후 지주사에 여성 부서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한 여성 우대가 아닌 양성평등 관점에서 다소 미진했던 여성 인재의 육성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여기에 추후 더 많은 여성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신한문화리더십센터’를 신설했다. 센터를 통해 우수한 역량을 가진 여성인력의 경력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경력 단절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여성인재 풀을 확대하고 그룹 차원에서 여성 경영리더를 배출할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본부장 자리에 여성이 오른 경우가 많았으나 지주는 부서장이 그동안 한명도 없었다”며 “그룹사 주요 보직에 대한 여성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왼쪽), 장미경 농협은행 부행장보. 사진=각 사

우리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WM그룹장에 정종숙 상무를 앉혔다. 정 상무는 지난 2016년 금융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강남2영업본부의 본부장으로 선임됐던 인물이다. 이 지역은 고액자산가가 주고객층인 만큼 자산관리(WM) 영업이 주력으로 꼽히는 곳이다. 우리은행은 2017년 경영전략을 WM 강화에 뒀었는데, 정 상무가 특히 이 부문에서 걸출한 실력을 보여 WM그룹장까지 오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 상무가 본부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강남1영업본부의 본부장 역시 한미숙 여성 본부장이 올랐는데, 여성 본부장 2명이 동시에 강남 1·2본부에 선임된 것은 선례가 없어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은행의 차기 여성 부행장은 이곳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일찌감치 내놓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취임하면서 "행내 계파와 성별을 따지지 않고 성과에 따라서 인사를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여성 임원 규모가 확대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은행 및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인사를 진행했던 농협금융은 무려 6년 만에 여성 임원을 배출해 금융권의 관심을 끌었다. 농협은행은 장미경 국제업무부장을 부행장보로 임명시키며 ‘농협금융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줬다. 장 부행장보는 양재하나로지점장, 상품개발부장, 국제업무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정권에서 여풍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은 기업은행이 쐈다. 2013년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첫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한동안 견고했던 유리천장에 금이 가는 듯 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 여성 친화적 정책 기조가 한몫 했고, 실제로 실력 있는 여성 임원도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업은 여성의 비중이 높지만 여성 임원은 매우 적어서 오래 전부터 유리천장이 깨질 수 없는 업종으로 꼽혀왔다”면서도 “여성 임원에 어렵게 등용돼도 핵심 업무에서 비켜나는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업무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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