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성추행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 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박삼구 회장에 대해 폭로한 데 이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계열사들도 뜻을 모으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 밖에 여러 직종에서도 미투 운동 참여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4일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온라인과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박삼구 회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박 회장이 매달 첫째주 목요일 본사를 방문해 여성 승무원들과 신체접촉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상급자들이 승무원들을 박 회장에 접촉하게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교육원에서는 박 회장을 소리치며 맞으라는 등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강요당한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이른바 ‘미투 운동’ 일환이다. 미투 운동이란 SNS 등에서 성폭행 경험을 고백하는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고,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계획됐다. 미국 배우들이 지난해 이 해시태그를 통해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잇달아 고발하면서 운동이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미투 운동을 촉발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근 서 검사는 8년전 상급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일을 당당하게 고백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투 운동에서 힘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문제도 승무원들이 서 검사를 지지하는 의미로 #Metoo 태그를 단 경험담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계열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승무원들도 해당 글에 공감을 표시하며 동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등산행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과 같은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라서 아직 사실 확인 중에 있다"며 "문제가 됐던 행사들은 현장경영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스포츠경제DB

승무원들에게 선정적인 옷을 입히고 장기자랑을 강요했다는 '플라자 앤 바자회'에 대해서는 "자선활동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장기자랑 보다는 바자회에 초점이 맞춰진 행사였다"며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탓에 올해 행사도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에도 미투 운동은 확산하는 분위기다. 블라인드가 1일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MeToo 채널을 새로 오픈하면서 동참하는 글도 크게 늘었다.

소속 회사도 비공개인 탓에 업종을 분류할 수는 없지만, 내용을 보면 성폭력은 회사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고백. 블라인드 캡처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상급자의 신체 접촉은 물론이고, 성폭력이라고 인식되지 않았던 외모 평가나 회식 참가 문화 등이 대표적이다.근무중이나 회식 자리에서 일어나는 직장 상사의 권력형 성범죄가 가장 많았고, 직장 동료에게 당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언어 폭력에서 실체 강간에 이르기까지 유형도 다양했으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 피해자도 상당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성폭력을 이해하고 조심하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회자되면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성폭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미투 운동이 더 널리 퍼진다면 꼭 폭로성 이슈가 불거지지 않아도, 성폭력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