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고영훈] 여러 국내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오는 가운데 중소형 보험사들의 인수·합병(M&A)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매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투자은행(IB)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맞물리며 보험업계 재편에 대한 니즈가 상승함에도 KDB생명에 이어 MG손해보험의 매각도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일 MG손보에 대해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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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삼 한신평 연구원은 “3월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보험금 지급 능력이 저하됐고,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유상증자 지연이 지속되면서 지원가능성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아직까지 수익구조가 불안정해 경상적인 이익 누적으로 RBC비율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150% 이상의 RBC비율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지원가능성 저하도 한 몫 했다. 작년 12월 자본비율 회복 수단인 유상증자안이 부결되고, 기존계약의 높은 손해율이 지속되는 점 역시 단점으로 꼽았다. 최근 MG손보의 경과손해율과 순사업비율은 업계 평균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여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일회성 이익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경상적 이익은 적자다. MG손보의 경우 BNK지주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2014년 이후 매각을 진행했지만 불발되며, 경영 정상화로 전략을 수정하며 답보상태에 빠졌다. 한신평은 KDB생명에 대해서도 구조적인 이차손 부담과 대규모 설계사 조직 축소로 인한 영업기반 약화, 금리상승 환경으로 인한 회계상 자본 축소 효과, 독립법인대리점(GA)채널시장 경쟁 과열 등으로 인해 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하향했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함께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됐지만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인해 경영 공백 장기화로 인해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역시 매각 후보군에 속한다. 최근 중국 보험감독위원회가 2019년 2월까지 안방보험 경영권을 가져가면서 CEO리스크에 휩싸인 안방보험의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가 최근 중국 보험사들의 해외투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보험사들의 매각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높은 동양생명의 경우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될 경우 매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보험사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부진이 예상되면서 투자여력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업계 역시 ING생명 이외의 중소형사에 대한 매물 매력이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ING생명 역시 전일 나온 인수 보도에 대해 신한금융은 이날 “구체적 결정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IFRS17 대비와 함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으로 대변되는 업계 규제 강화 움직임 역시 부담이다. 앞서 SK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관련해 규제 강화 분위기에 따른 금융당국의 높은 심사 기준 역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 도입에 대비해 경영전략도 변화가 필요한 만큼 보험사 매물들의 현재 예상 가격은 비싼 감이 있다”며 “채용비리 등의 이슈들로 인해 금융지주사들이 신경써야 할 점이 많아진 것도 M&A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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