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대한항공 갑질 사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비리 의혹으로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 직후 개인 비리로 관련 당국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다.

핵심 의혹은 해외에서 구매한 개인 물품을 대한항공 이름으로 들여왔다는 내용이다. 조양호 회장과 일가족이 관세를 포탈했을뿐 아니라, 밀수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조양호 회장의 개인 비리로까지 번져가는 모양새다. 사진은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에 연루됐던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사진=연합뉴스

관세청은 지난달 이같은 내용으로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해 일부 증거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당국도 이 과정에서 관세청과 대한항공의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에는 조 회장이 전세계에서 고가의 가구를 구입해 미국으로 밀반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2008년 미국LA에 별장을 구입하고, 들여놓을 가구를 항공기 부품 등으로 위장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조 회장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관세청이 지난 5년 간 조 회장의 해외 카드 사용 내역이 전혀 없었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면서, 비리 의혹은 횡령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4년 이후 30번이 넘는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면서 돈을 전혀 쓰지 않았다. 조 회장이 개인 비용을 회사의 법인카드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덩달아 조 회장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자택 공사 비용에 회사 자금 30억원을 끌어다쓴 혐의에 대해서도 다시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달 27일 관련자인 김 모씨가 2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던 것. 재판부는 조 회장이 피해금액을 모두 반환해 회사측 손해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들었지만, 조 회장의 도덕적인 사회적 지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놓으면서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조 회장의 개인 물품을 항공사 차원에서 들여온 기록이 없을뿐더러, 제보자들이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조 회장이 술을 전혀 못마시기 때문에 술을 반입할 이유가 없었다거나, ‘LA 별장에 가구들은 이전 소유자들에게 인수받았거나 현지에서 자비로 구매했다’ ‘해외 출장시 발생하는 비용을 개인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정상적인 처리다’는 등이다.

하지만 조 회장 일가의 밀수 의혹이나, 회사의 재산을 개인 용도로 유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대한항공 전·현직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추가 비리 폭로가 이어지면서, 조 회장의 비리 의혹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 모여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카카오톡의 익명 모임을 통해 계획됐으며, 참가자들은 사측이 불이익을 줄 가능성에 대비해 전원 가면이나 모자를 쓰고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에 연루됐었던 박창진 전 사무장도 동참을 약속했다.

한 대한항공 직원은 “지난 주 관련 집회가 열렸지만, 노조 역시 사측이라는 의심이 들어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예정됐던 인사발령도 미뤄지면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며 “사측의 보복이 두렵지만, 익명임을 전제 하에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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