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미국이 수입차 관세를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산차 업계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내수 자동차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북미 시장에 큰 기대를 걸어오던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현실화한다면 충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해당하는지 조사를 진행중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품목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조치에도 이 법이 적용됐다.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울산 5공장.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해외에서 생산할 계획이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만약 미국 상무부가 수입차를 국가 안보 위협 품목으로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규제와 관세 부과 등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철강의 경우 관세 적용까지 1년여가 걸렸던 만큼, 자동차 분야에 관세 적용 여부도 내년쯤에야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과 같은 수준이다. 올초 한미 FTA 재협상에 따라 미국에 수출되는 국산차에는 픽업트럭을 제외하고 관세를 적용받지 않았다. 하지만 추후 무역확장법이 적용되면 모든 수출차에 픽업트럭과 같은 25% 관세가 붙게 된다.

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작년 미국에 수출한 국내 생산차는 72만2,117대다.

이중 현대·기아차는 59만1,005대를 배에 태우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의 78.1%에 해당한다. 현대차가 30만6,935대, 기아차가 28만4,070대다.

하지만 실제로는 르노삼성자동차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전체 수출량(17만6,271대)에서 70%에 가까운 물량이 미국 수출이기 때문이다. 부산공장에서 OEM으로 생산하는 닛산 로그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전체 실적(27만6,808대)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4.5%에 해당하는 수치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닛산의 SUV인 로그를 OEM으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그 다음으로는 한국지엠에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도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33.4%에 달하는 회사다. 주요 수출모델은 스파크와 트랙스로,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는 주요 전략으로 채택한 제네시스 성장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제네시스는 전량 국내 울산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조치에 정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판매량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와 싼타페, 쏘나타 등이 많지만,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생산하는 모델이라 국내 공장 의존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이익률도 제네시스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도 작년 미국 ‘국민 엔트리’ 모델인 쏘울을 11만3,555대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가져갔다. 전체 수출량(15만9,000대)의 71.4%를 차지한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는 옵티마(국내명 K5)와 쏘렌토만 생산중이어서, 이관 생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북미 시장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터라 가시적인 피해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북미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었던 만큼, 한미FTA로 인한 픽업트럭 관세 25% 조치에 이어서 또다시 기회를 잃게 됐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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