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고영훈] 자동차보험 시장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점유율이 80%를 돌파하며 중소형사의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상품별 차별화도 쉽지 않아 자동차보험 시장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시장점유율(M/S)는 80.6%로 나타났다. 2016년 1분기 78.9%, 지난해 1분기 80.4%에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나머지 19% 비율의 시장을 7개사가 나눠 가진다.

출처=금융감독원

이번 분기 적자는 지난해 실시된 보험료 인하의 영향이 컸다. 원래 손해율이 작지 않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적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1분기 78.2%의 손해율은 올해 1분기 82.6%로 다시 악화됐다. 2월 강설 등으로 발생손해액이 늘은데 비해 경과보험료 증가세는 미미했다.

자동차보험의 사업비율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18~20%가량이다. 이번 1분기에서 사업비율은 18.7%로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p) 줄었다. 사업비율 개선에도 영업손익은 악화됐다. 전체 11개 손보사 중 삼성화재, 현대해상, 악사손해보험 등 3개사를 제외하고 작년 1분기 흑자에서 올해 1분기 483억원 적자 전환했다.

손해보험 업계는 지속적인 손해율 증가에도 불구 보험료 인하 경쟁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3년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늘어난데 비해 사업비율은 줄었다. 늘어난 손해율 만큼 인건비와 판매비를 줄이며 버틴 것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분기 78.2%를 기록했지만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인하하면서 치열한 시장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중소형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덩치가 작다 보니 적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손해율이 높은 회사들이 눈에 띄었다. 중소형사 중 메리츠화재의 경우 손해율 관리가 비교적 잘 된 편인 반면, 손해율이 높은 손보사는 흥국화재와 롯데손해보험 등으로 시장점유율도 최하위권이다. 흥국화재와 롯데손보는 각각 93.5%, 86.2%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이에 손보사들이 꺼내 들은 카드는 보험료 인하다. 지난해 손해율 개선이 이뤄지며 손보사 평균 1분기 손해율이 줄었지만 업계 1위 삼성화재의 보험료 인하로 인해 타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료 인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손해율이 하락한데도 보험료 인하로 까먹는 구조인 것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 개인용 차보험료를 0.8% 또 인하했다. 업계 2위 현대해상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것으로 삼성화재는 최근 점유율이 20%대로 하락했다. 대형사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중소형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은 뚜렷한 인하 계획이 없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인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 흥국화재 등의 중소형사들은 보험료를 내렸다. MG손보는 최근 4.5% 보험료를 인하했다. 한화손보와 흥국화재도 특약 형태로 보험료를 인하하면서 경쟁에 동참했다.

또한 정부의 시각도 부담이다. 자동차보험이 민간보험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정책보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최근 특약 보험료 할인도 정부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

MG손보 관계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다각도로 전략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MG는 사이버마케팅(CM)에 집중하고, 경차 등에 포커싱해 특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도 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 중소형사의 부담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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