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술력 부족·스캠 등 이유로 시장에서 도태된 코인들
ICO 성공한 코인 중 4%만이 살아남아..투자 신중해야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올해까지 공개된 가상화폐 중 1000여종이 넘는 코인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시장 열기를 틈타 우후죽순 생겨난 신생 코인들이 기술력 부족, 스캠(사기)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5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돼 가상화폐 시장 침체를 불러온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29일 가상화폐 정보업체 데드코인닷컴에 따르면 시장에 공개됐으나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거나 사라진 코인은 821종에 이른다. 또 다른 ‘죽은 코인’ 정보업체인 코인옵시(Coinopsy)가 공개한 리스트는 245종이다. 두 개의 리스트에서 중복되는 코인을 제외하면 이날까지 사라진 가상화폐는 1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드코인닷컴에 따르면 29일 현재까지 시장에 공개됐으나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거나 사라진 코인이 821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데드코인닷컴

데드코인닷컴이 공개한 리스트에는 제트캐시클래식(ZCL), 블락브로커(BKBK), 해쉬카드(HSHC), 울트라노트(XUN), XTD코인(XTD), 센트라(CTR), 드로플렉스(Droplex), 크립토메스(CyproMeth) 등 821종이 이름을 올렸다. '죽은 코인'의 자세한 정보는 데드코인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리스트에 있는 다마스코인(DAMAS)에 대해 데드코인닷컴 측은 “사이트는 멈춰 있고 가상화폐공개(ICO)도 없었으며 ICO 결과도 없었고 코인의 가치도 없다. 채굴 정보 역시 알려진 것이 없고 코인 등록 정보도 없다. 다마스코인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은 채 그저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인옵시는 죽은 코인의 기준으로 ▲상위 코인 1000개 밑에 3개월 이상 머물러 있는 경우 ▲해당 코인 거래 규모가 1000달러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해당 코인의 웹사이트가 사라지거나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는 경우 ▲노드(블록체인을 연결하고 사용하는 개별 개체)가 없거나 아주 적은 경우 등 4가지를 들었다.

사장(死藏) 되는 코인이 늘어나는 만큼 전체 가상화폐 종류 역시 증가세가 꺾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는 1596종이다. 지난 3월(1564종)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가상화폐 종류는 올 1월 1300여종에서 3월 1560여종으로 두 달만에 200여종이 늘며 빠르게 증가했다. 당시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1800종을, 연말까지 2400종을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추세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시장에 새로 등장하는 코인만큼이나 사라지는 코인 종류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상화폐공개(ICO)의 민낯…”성공한 ICO 코인 중 4%만 살아 남아”

코인이 시장에 처음 공개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다. ICO란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방법으로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할 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신규 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해당 코인이 상장된 후 투자자들은 코인을 되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초기 투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회사들은 대부분 ICO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ICO에 나서는 코인들은 백서(White paper)를 통해 코인의 정보를 공개한다. 이 코인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어떤 장점이 있으며, 채굴은 어떤 식으로 되는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그룹이 ICO를 이끌고 있는 지 등 코인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2015년 시장에 나온 이더리움은 현재 시가총액 3위 코인으로 성장해 ICO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ICO를 통해 공개된 코인 중 겨우 4%만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ICO자문회사인 새티스 그룹은 “ICO로 5000만~1억달러 가량의 투자금을 모은 코인 중 겨우 4%만이 성공했거나 미래가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부분의 ICO는 숙련된 개발팀이나 실제 코인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무의미한 약속만을 백서에 늘어놓는다”고 지적했다.

어떤 코인이 '죽은 코인'으로 분류됐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자세한 정보는 데드코인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다마스코인(DAMAS)의 정보./사진=데드코인닷컴

싼 값에 혹했다가 ‘죽은 코인’ 전락…투자자 피해 ‘5억달러’ 추정

신생 코인은 긁지 않은 복권과도 같다. 그만큼 미래를 알 수 없지만 한번 ‘대박’이 나면 가치가 수 천배로 뛰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생 코인의 경우 가격이 1달러 미만인 ‘동전코인’인 경우가 많아 투자 부담도 크지 않다. 2015년 이더리움의 성공사례 이후 수많은 코인이 성공적인 ICO를 마치고 시장에 등장했던 것도 이 같은 기대 심리 때문이었다.

한국은 신생 코인 열기가 유난히 뜨거운 나라 중 하나다.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 말부터 국내 가상화폐 커뮤니티에는 ‘숨은 신생 코인 찾기’ 열풍이 불었다. 투자자들은 아직 상장되지도 않은 코인의 백서와 정보를 공유하며 ‘ㅇㅇ코인 곧 떡상(가격이 크게 오름)갑니다’, ‘가즈아’ 등을 외치며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ICO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이사 출신인 아론 브라운은 “ICO 시장의 80%는 사기에 가깝다. 10%는 투자금을 모은 뒤 즉시 실패할 것이며 나머지 10%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혹평했다. 그는 “ICO 시장에 사기와 과장 광고(Hype)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ICO 실패는 곧바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대규모 폰지 사기로 적발된 비트커넥트(BitConnect)를 포함해 실패한 ICO로 투자자들은 5억달러(약 5500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죽은 코인 살려드려요” 틈새 시장 노리는 기업도 나와

이 시기를 기회로 보는 이들도 있다. 스캠(사기)이 아닌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홍보 부족으로 거래량이 급감해 사라진 코인들을 돕는 코인재니터(CoinJanitor)가 그 주인공이다. 코인재니터는 데드코인닷컴과 제휴를 맺고 시가총액 5만달러(약 5500만원)이하로 실패한 코인을 재활용하도록 돕고 있다.

마크 케니스버그 코인재니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죽은 코인을 시장에서 가져가려고 한다”면서 “실패한 코인을 흡수해서 불태워 새로운 자체 토큰으로 만들 것이다. 더 많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새롭게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전문가인 루카스 넛찌 디지털 에셋 리서치 기술연구이사는 “지난해 본질적으로 죽은 프로젝트가 개발자에 의해 선택적으로 채굴돼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사례가 많았다”면서 “새로운 버전의 코인이 등장하면서 가격 역시 크게 뛰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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