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임직원 수 작년 1만1926명, 전년대비 3.7% 증가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인위적 구조조정 안해
이재용 식 구조조정 마무리…신사업 일자리 창출 가능성 높아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없어졌다. 업계에선 정부 정책 기조를 맞추고, 그룹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사잔=연합뉴스)

[한스경제=최재필·변동진·이성노·허지은 기자]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 사라진 단어가 있다. 바로 구조조정이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했던 삼성그룹의 구조조정 관련 소식은 올들어 거의 접할 수가 없다.

삼성에서 '구조조정'이 사라진 배경은 뭘까. 업계에선 삼성그룹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정부의 일자리중심 정책 기조에 호응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삼성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 내에서 올들어 인력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실행한 곳은 거의 없다. '구조조정' '명예퇴직' 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6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2018 지속가능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삼성전자의 전 세계 73개국 임직원 수는 32만671명으로 전년 대비 1만1926명(3.7%) 늘었다. 이는 불과 2년 전인 2016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2017 지속가능 경영보고서'에선 2016년 말 삼성전자의 임직원 수는 30만 8745명으로 전년 대비 1만6932명(5.2%) 줄어들었다.

물론 중국 내 스마트폰 실적 부진으로 중국 현지 임직원 수가 큰 폭(2015년 4만4983명→2016년 3만707명, 17.5%↓)으로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삼성전자의 임직원 수가 이처럼 큰폭으로 줄어든 건 2010년 이후 처음이었다. 

'상시 구조조정' 삼성, 올해는 다르다

삼성에게 구조조정은 상시적인 것이었다. 앞서 2016년엔 다수 언론이 "삼성그룹이 2015년 한해동안 8000여명의 대규모 감원을 추진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인원감축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1만명 이상 신규 인력 채용을 계획하는 등 대규모 인력 충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 특히 실적 부진으로 거센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은 24척(컨테이너선 8척, LNG선 5척, 유조선 11척, 특수선 2척), 25억4000달러이다. 올해 목표 수주액(82억달러)에 3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달 현대상선으로부터 확보한 컨테이너선 5척(약 8억달러 추정)은 하반기에 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목표 실적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별다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계획이라고하면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있는데 당시 인력을 30~4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지난 2016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따르면 최소 1000명, 최대 2000명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은 이루어져야 한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1만4000명의 인력 규모를 2018년 말까지 최대 40%(5600명)까지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현재까지 3400명이 회사를 떠났고, 앞으로 약 2200명의 직원이 옷을벗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인력 구조조정은 이달부터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가 자구계획 마지막해인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직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1000명~2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했다.

금융계열사에서도 명퇴 사라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관련 계열사에서도 '명퇴'가 사라졌다. 삼성생명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명예퇴직 얘기가 사라진 것은 맞다. 2015~2016년 쯤 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계열사 순환 보직 등 인위적 구조조정이 사라진 게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2012년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신규 채용을 진행하면서 다른 계열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으로 계열사 간 인력 이동이 많았는데 최근 수년간 순환 보직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였다.

유통 계열사인 호텔신라는 구조조정은커녕 오히려 고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해외법인을 설립해 현지 채용도 실시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올해 1분기 총 직원은 2411명으로 지난해 12월(2332명) 대비 3.4%(79명) 늘었다. 특히 3개월 사이 기간제 근로자는 16명(462명→446명) 감소한 반면, 정규직은 95명(1870명→1965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이 없다"며 "서울 장충동 전통한옥호텔 건립이 마무리되고 국내외 면세사업장을 추가 취득하는 등 향후 사업이 확대되면 채용도 늘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삼성그룹에서 최근 몇년간 구조조정이 사라진 데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인력 확충을 하고 있는 데다 그룹 재편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그룹 구조개편을 시작했다"며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은 그룹 구조개편이 마무리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개편 마무리ㆍ정부 정책기조와 무관하지 않아

실제 2013년 11월 삼성은 에버랜드의 급식 식자재 사업은 떼내고 건물관리업은 에스원에 붙였다. 이어 12월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에버랜드로 넘기고, 삼성SNS를 삼성SDS에 흡수·합병시켰다. 같은 해 1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2.6%를 미국 코닝 본사에 매각했다.

2014년 4월엔 삼성테크윈이 반도체부품 사업부문을 1500억원에 신설법인 ㈜MDS로 넘겼고, 그해 7월엔 삼성SDI가 제일모직의 케미칼·전자재료 부문을 가져왔다. 그해 10월에는 남은 화학 분야인 삼성SDI의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팔기로 했다. 이어 11월 삼성은 방위산업 계열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석유화학 쪽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넘기기로 발표했다. 2016년 삼성전자 국내사업장 임직원 감소도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의 미국 휴렛팩커드(HP)사 매각에 따른 것이었다.

삼성의 이같은 행보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재계 1위 기업으로 국가 정책에 협조적"이라며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가 일자리 창출인데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삼성그룹 내 각 계열사에 여유 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인력 감축 대신 인력 충원을 하는 게 정책 기조에 맞춰가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삼성그룹은 '효율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던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확대 요청에 화답해 하반기 신규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 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권 부회장은 그러면서 하반기 채용 확대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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