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슈퍼레이스 관객, 전년보다 29%↑…속도 즐기는 인구도 늘어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올해 대한민국 모터스포츠가 부흥 원년을 맞을 조짐이 보인다. 역사 깊은 '원로' 대회들이 잇딴 흥행 기록을 써내려가는 가운데, 인기 높은 국제 대회들도 앞다퉈 국내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2018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는 오는 22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로 돌아와 시즌 반환점인 4라운드를 진행한다.

슈퍼레이스는 오는 22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4라운드를 무더위를 날리는 '썸머 페스티벌'로 열기로 했다. 슈퍼레이스 제공

여름철 무더위, 이색 바캉스 '슈퍼레이스' 가볼까 

특히 이번 4라운드는 '썸머 페스티벌'이라는 부제로 진행하면서, 무더위 때문에 경기장을 찾기 어려워하는 모터스포츠 팬들을 불러모은다는 계획이다. 

우선 서킷에는 경기 시작과 끝에 물줄기를 뿌려주는 '워터 캐논'을 만들었다. 입장객들에게는 선캡을 선물하고, 관중석에는 그늘막과 물을 분사하는 미스트를 설치했다. 강한 바람을 쏘는 에어건(Air gun)을 이용해 관중석에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있다.

패독에서는 워터플레이존을 조성하고 파티를 연다. DJ 스마셔(Smasher), DJ 크림(Cream) 등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뮤직 인기 DJ들이 공연을 펼치는 가운데, 서로 물총을 쏘는 워터건 배틀을 진행한다. 물풍선 던지기 이벤트, 물총으로 과녁 맞히기, 버블쇼 등도 이어진다. 하와이안 셔츠와 반바지로 정해진 드레스코드를 지킨 관람객에게는 따로 상품을 증정한다.

다음 달 11일에는 '모터테인먼트'를 표방한 슈퍼레이스의 시즌 메인 이벤트, 나이트 레이스가 예정됐다. 한밤 중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리는 대회로,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대회다.

슈퍼레이스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레이싱 대회로 잘 알려져있다. 아시아에서도 유일한 스톡카 대회인 '캐딜락 6000클래스'를 비롯해, 배기량이 1400~5000cc인 GT카들이 모이는 GT1클래스가 대표적인 경기다. 올해부터는 BMW가 M클래스를 새로 개설하면서, 최고출력 450마력의 M4가 서킷에서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아트라스BX 소속 조항우 선수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대회에 출전했던 엘리트 선수로, 6000클래스에서 기량을 뽐내면서 최고의 강자로 떠올랐다. 평소에는 사업가로도 활동 중이다. 슈퍼레이스 제공

해마다 관람객 기록경신...모터스포츠 인기비결은  

슈퍼레이스는 매년 관중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모터스포츠 부흥을 이끌고 있다. 올해 3라운드까지 관람객 숫자는 4만5255명. 경기당 평균 1만5085명으로 지난 시즌 평균 관중보다 29%나 많다. 작년 10월 열린 최종전에 3만명이 경기장을 찾았던 만큼, 올해에는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모터스포츠 팬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룰에서 느낄 수 있는 박진감이다. 모터스포츠는 누가 더 빨리 달려서 코스를 먼저 들어오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경기 중 접촉으로 패널티를 얻거나, 차량 고장 등 돌발 사태로 경기를 포기하는 등 극적인 요소들은 덤이다.

웅장함도 모터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다. 시속 200km를 달리는 자동차. 지축을 울리는 폭발적인 배기음. 그리고 수천미터의 경기장. 관람석에 앉아 있으면 굳이 자동차를 보고 있지 않아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스타플레이어들도 모터스포츠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는 요소다. 어릴 적 카트 선수부터 단계를 밟아온 엘리트 선수. 자동차를 좋아해 정비사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레이서에 입문한 선수. 우연한 계기로 레이싱카에 입문해, 서킷을 즐기는데 삶을 내던진 선수 등. 누가 어떤 이야기로 서킷에 뛰어들었는지를 알게되면, 매경기 펼쳐지는 짜릿한 역전극을 한편의 드라마로 지켜보게 된다고 마니아들은 말한다.

최근에는 모터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작년 기아차 스팅어를 필두로 고성능차 인기가 소비자들을 파고 들면서다. 국내 서킷 대부분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서킷을 함께 빌려 저렴하게 이용하는 '트랙데이'도 더 자주 열리고 있다.

넥센 스피드 레이싱은 SUV 모델도 출전해 색다른 볼거리를 안겨주는 대회다. 넥센타이어 제공

아마추어 레이싱도 인기 몰이 중

아마추어 레이싱이 인기를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는 '넥센 스피드 레이싱'과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엑스타 슈퍼챌린지'가 역사가 깊고 규모도 큰 대회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차종이 출전할 수 있고, 참가 장벽도 낮다는 특징이 있다.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들이 출전해서 익숙할 뿐 아니라, 관심이 있다면 선수로 출전하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넥센 스피드 레이싱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세단과 아반떼, 벨로스터 등은 물론, 스포티지와 코란도까지 볼 수 있어서 대중적인 대회로 사랑받아온 터. i30N TCR이 국내 최초로 출전하면서 재미를 배가했다.

현대·기아차가 주관하는 KSF도 아마추어 대회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아반떼컵과 함께, 올해부터는 경차인 모닝도 챌린지레이스로 서킷에 올라왔다. 현대기아차 차주라면 함께할 수 있는 트랙데이도 자주 열면서 모터스포츠 기반을 넓히는데 큰 역할도 해내는 중이다.

슈퍼 챌린지도 독특한 차종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꾸준히 인기를 늘리고 있다. 토요타 86을 볼 수 있는 '슈퍼86'과 경차인 스파크와 아베오들이 달리는 '슈퍼 스파크' '슈퍼 아베오'로 팬들을 모았으며, 레이서를 꿈꾸는 이들의 참가도 활발하다는 전언이다.

현대자동차 i30N이 국제 대회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TCR. 오는 8월 말에는 국내에서도 경기를 볼수 있게 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국제 대회, 국내 진출 가속화…모터스포츠 부흥 원년 오나

올해에는 글로벌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모은 대회도 국내에서 막을 올린다. 다음달 25~26일 처음 열리는 TCR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TCR은 투어링카 레이스(Touring Car Race)의 약자다. 부품별로 5000개, 12개월 이상 양산한 것만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사실상 양산차들의 속도 경쟁이다.

TCR 참가 차량은 대부분 '핫해치'라 불리는 모델이다. 현대차 i30 N TCR이 대표적, 폭스바겐 골프 GTI TCR과 아우디 RS3 TCR, 세아트 레온 TCR 등이 출전할 예정이다.

레디컬 컵 아시아는 레이서 진출의 문을 활짝 열어둔 대회로 마니아들 관심이 높다. 지난 14~15일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개막전이 열렸다.

레디컬컵은 레디컬SR을 보유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참가가 가능하다. 레디컬SR은 레이스만을 위해 개발된 초경량 스포츠카다. 공공도로에서는 주행이 불가능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로 서킷을 즐기는 데에 최적화됐다.

수입사인 유로모터스포츠는 레디컬 보급을 위해 구매자에게 보관과 이동, 수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레이서가 아니라도 차량을 운용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 대회에는 연예인인 연정훈 선수와 한민관 선수가 출전한다. 

인제스피디움은 인제 지역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인제스피디움 제공

경제적 효과도 있을까

모터스포츠가 수익을 낼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파생 효과만큼은 적지 않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 공통된 의견이다. 

당장 자동차 브랜드들은 모터스포츠 출전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제고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 브랜드들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KSF를 직접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아반떼컵 마스터즈를 통해 슈퍼레이스를 돕고 있기도 하다. 쌍용차는 올 초 티볼리DKR로 오랜만에 다카르랠리 완주에 성공했다.

한국지엠은 작년까지 쉐보레 팀을 운영했었고, 경영 사정이 좋아진다면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모기업인 르노가 F1 출전 기업임을 부각하면서, 클리오의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슈퍼레이스를 주최하는 CJ그룹은 연간 경제적 효과를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홍보와 고용 유발 등이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silee@sporbiz.co.k

지역 경제에도 모터스포츠는 적지 않은 공을 세우는 중이다. 영암 KIC는 2012년 F1 대회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파급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5월에는 슈퍼레이스와 연계한 '모터 뮤직 페스타'를 여는 등 적지 않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인제 스피디움은 강원도 인제군 경제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인제 지역 이동객이 급감했지만, 인제 스피디움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경제 부흥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터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자동차 강국이다. 모터스포츠가 발전하기에 충분한 환경을 갖췄다"면서 "최근 들어 관련 업계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조만간 모터스포츠가 부흥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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