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안으로는 내수 시장 침체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국내 주요 철강업계가 유럽연합(EU)의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잠정조치 이후 하나같이 보인 반응이다. 최근 3년간 수입물량에 대해선 관세가 붙지 않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당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분명 환영할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날 EU의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에 대해서 각 업체가 느끼는 부담감은 크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9일 14개 철강사, 철강협회와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 관련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철강협회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날 EU의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에 대해서 각 업체가 당장 느끼는 부담감은 크지 않다. EU가 최근 3년간(2015년∼2017년) 평균 수입물량의 100%까지는 무관세, 이후 수입 물량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별로 수입물량을 제한한 미국과 다르게 EU의 이번 조치는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물량이 EU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이다.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 대상은 28개 조사품목 가운데 절대적인 수입 증가가 확인된 23개 품목이다. 열연·냉연강판, 도금칼라, 봉·형강 등이 포함됐고, 스테인리스 후판 등 5개 품목은 제외됐다. 기간은 19일부터 내년 2월4일까지 총 200일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U의 세이프가드 잠정조치 직후 문승욱 혁신성장실장 주재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14개 철강사, 철강협회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자리에서 EU의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이 있기 전까지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속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 규모는 330만톤으로 금액기준으로는 29억달러(약 3조2949억원)에 달한다. 일본(412만톤), 중국(411만톤), 미국(354만톤)에 이어 네 번째 수출시장이다. 당장 수출 물량이 줄어들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무역보호주의가 유럽까지 퍼지면서 한국 시장도 마냥 외국산 철강제품의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시장 악화 그리고 미국의 자동차 고율관세 적용 여부 등 철강업계가 넘어야 할 산들은 수두룩하다. 

EU는 최근 3년간 평균 수입물량의 100%까지는 무관세, 이후 물량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내수 시장 침체에 수입재 유입 가능성 '우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EU 세이프가드에 대해선 어느 업체든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무역보호주의 확대는 분명히 업계에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관세장벽을 높이면서 외국산 철강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한국 시장도 수입산 철강에 대한 장벽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아무런 장벽 없이 수입재가 들어온다면 국내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요산업인 조선업은 여전히 불황의 길을 걷고 있고, 건설업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위축됐다. 내수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입산 철강의 자유로운 유입에 대해선 정부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철강 업계에 호재가 하나도 없다"며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도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에 이어 유럽도 보호무역주의에 동참하면서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고,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서 철강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제철, 美 수입차 고율관세 부과시 타격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 업계는 물론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철강업체 역시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현대·기아자동차에 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의 시름이 가장 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 측 역시 EU 세이프가드보단 미국의 수입차 관세 적용 여부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EU 세이프가드에 대해선 크게 영향이 있지 않다"며 "아무래도 자동차가 수요산업이다 보니 미국 관세 적용 여부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포스코 측은 "EU 세이프가드는 국가별로 쿼터량을 설정한 미국의 쿼터제와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예년 수준 수출물량을 유지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수입차 고율관세 적용에 대해선 촉각을 곤두세웠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차 고율관세 적용 여부는 포스코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만약 시행된다면 타격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철강주는 EU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알려진 19일 1.39% 하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1.50% 빠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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