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같은 조건 비교시 미국 전기대비 성장률 1.0% 그쳐
양 국 경제 통계 지표 차이 있어...액면 그대로 비교하면 '부적절'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한국과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직후 한국경제 하반기 전망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올 2분기 미국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연율 4.1%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반면 한국은 2분기 설비투자가 주춤하며 전기대비 0.7% 성장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액면 그대로 보면 미국은 4%대 쾌속 성장을 이어가는데, 한국 경제 성장률은 0%대로 내려앉았다고 보기 쉽다.

경제성장률은 일정기간동안 국민총생산(GDP)의 증감율을 나타낸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미국의 경우 지난해 GDP는 약 20조5000억달러(2경3200조원), 한국은 1조3000억달러(1556조원) 수준이었다.  한국에 비해 인구가 6배정도 많고 경제규모가 큰 미국의 경제규모가 한국의 약 15배에 이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렇게 경제규모가 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엉금엉금 증감한다. 1년전에 비해 분기에 1%만 증가해도 2000억달러(225조5000억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 경제가 1% 성장했다는 것은 100억달러(11조2000억원)늘어난 셈이다. 미국의 1%는 한국과 비교할 때 어마어마한 증가분이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지표를 분석할 땐 경제 통계 지표 앞에 붙는 ‘수식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경제성장률을 ‘연율’로 계산하고, 한국은 ‘전기대비’ 성장률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계 차이에서 오는 수치를 무시하고, 한국 경제 전망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 ‘연율’, 한국 ‘전기 대비 성장률’ 기준

미국은 경제성장률 지표로 ‘전기 대비 연율’을 사용한다. 연율은 전기 대비 성장률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으로 백분율 형태의 성장률이 아닌 전기 대비 증가 비율의 4제곱 형태를 띤다. 1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해당 분기 경제성장률과 연간 성장률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율을 계산할 때 주의할 부분은 해당 분기 성장률에 단순히 4를 곱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연율을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전기 대비 증가율의 4제곱을 구해야 한다. 가령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라면 전기 대비 증가 비율은 1.01이 되는데 이를 4제곱한 연율은 4.1%가 되는 식이다.

한국은 경제성장률 지표로 ‘전기 대비 성장률’을 사용한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직전 분기에 비해 얼만큼 성장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백분율 형태로 공표된다. 직전 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을 보여주기 때문에 추세적인 경기 흐름을 알 수 있고 해당 분기에 경기의 개선·둔화 여부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과 비교했을 때 전기 대비 성장률의 장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해당 분기의 성장률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성적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경기가 아주 좋았다면 올해 성적이 좋게 나왔어도 상대적으로 안 좋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하면 미국은 4.1%, 한국은 2.8% 성장했다. 전기 대비로는 각각 1.0%, 0.7%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2.9% 성장했다.

◆전기 대비 환산 美 경제 성장률 1.0%...전년 동기 대비는 오히려 한국이 앞서

다시 데이터로 돌아가보자.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0.7% 성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0.2%) 이후 반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2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연율)은 4.1%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그런데 이를 연율과 전기 대비 성장률로 각각 계산하면 차이가 생긴다. 올 2분기 기준 미국은 연율 기준 4.1% 성장했지만 전기 대비로는 1.0%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전기 대비 0.7% 성장했지만 연율 기준으로는 2.8%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성장했다. 연율로 보면 크게 뒤쳐졌던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오히려 미국을 앞선다. 

올 1분기 상황도 마찬가지다. 1분기 미국은 연율 기준 2.2% 성장했지만 전기 대비로는 0.5% 성장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성장했다. 한국은 연율 기준 4.1% 성장했고 전기 대비로는 1.0%,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성장했다. 표기하는 방식에 따라 성장률 추이가 천차만별처럼 보이는 이유다.

◆연율이 보여주는 통계상 ‘착시’…실제 성장률과 차이 생기기도

양 국의 경제성장률을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둘을 같은 수치로 환산해야 한다. 연율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경제 성장률 발표에서 사용하지 않는 통계 방식이다. 연간 성장률 추산치를 함께 비교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단기적·추세적 경기 흐름을 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간 성장률과 연율로 본 추산치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연율이 실제 연간 경제 성장률로 이어지려면 한 해 동안 특정 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매우 안정적으로 계속돼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 기구들은 연간 경제 통계 지표로 연율 보다는 전기 대비 성장률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단기 경제 흐름을 제대로 보려면 전기 대비 성장률을 주 지표로 활용하고, 연율은 보조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연율로 연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