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괄 규제로는 동시 관리 어려워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불린 8·2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가 주택시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투기 및 투기 과열지구 지정, 규제 지역 내 대출규제 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다주택자 금융규제 강화 및 임대사업 등록 유도, 청약 1순위 제도 강화 등 각종 규제로 투기세력과 다주택자를 조여온 것이다. 그러나 8·2 대책의 집중 타깃이 된 서울은 집값 안정은커녕 오히려 전반적인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과거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집값이 급등했던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과 판박이라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 10여차례에 걸쳐 ‘규제 폭탄’이 쏟아졌지만 5년간 집값은 급등하고 서울과 지방 간 집값 격차는 벌어져만 갔다.

지난달 30일 오후 국토교통부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소속회원들이 부동산 정책방향 전환 촉구 및 중개사무소 무차별 단속 중단 궐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값, 6년3개월 만에 최대 상승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지난 달 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5% 올랐다. 이는 감정원이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6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보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 대출·세무조사 강화 등 정부의 시장 안정 정책 발표로 인한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무서운 상승세임에는 분명하다.

강남 4구(동남권) 아파트값은 전주 0.47%에서 지난주 0.57%로 오름폭이 커졌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동작구는 0.65% 오르면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역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종로구는 전주 0.23%에서 0.25%로, 중구는 0.30%에서 0.35%로 오름폭이 확대됐고 동대문구는 0.34%로 전주와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영등포구와 용산구는 각각 0.47%, 0.43% 상승했다.

이들 과열지역이 견인한 서울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지방 아파트값(-0.07%)의 낙폭 축소로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0.02%에서 지난주 0.06%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전국에서 일괄적으로 진행된 부동산 규제, 양극화 부추겨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8·2대책 이전 1년간 0.01% 올랐지만, 발표 이후 11개월 동안 1.70%나 뚝 떨어졌다. 대책이 나오지 않아도 주택공급은 증가하는 상황인데, 전국을 대상으로 전방위서 옥죄는 정책을 펼쳤으니 지방 주택시장은 완전히 가라앉았다는 평가다. 규제가 전국적으로 일괄 진행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지난 달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주택시장 과열 문제는 경기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이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높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일부 지역의 개발계획, 거기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하고 하는 점, 시중에 대체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점 때문”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이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집값뿐만 아니라 미분양 주택 수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간에 간극이 점점 벌어지는 형국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8832호로, 전달 9508호 대비 7.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방은 5만4300호로 전달 5만2542호 대비 3.3% 증가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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