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올 들어 실적 개선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s) 호황에 상승세를 이어가던 삼성전기가 최근 공매도 세력에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글로벌 MLCC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부터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예상과 달리 업황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기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9월 20일~10월 19일) 간 주식시장에서 삼성전기는 ‘대장주’ 삼성전자 다음으로 공매도량이 가장 많은 종목이었다. 이 기간 삼성전기 거래량 2588만주 중 공매도량은 696만주로 일평균 공매도 비중은 25.6%였다. 이에 비해 연초부터 지난 8월까지 삼성전기의 공매도 비중은 일평균 5.7%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거래량 기준 공매도 비중이 36.8%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 5일과 8일에도 공매도 비중이 각각 39.2%, 41.3%에 달했다.

삼성전기는 22일 전 거래일 대비 1.09% 내린 13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7월 26일 기록했던 연고점(16만6000원) 보다 17.8% 하락한 수준이다. 공매도가 몰리기 전인 8월 31일 종가 16만1000원과 비교해도 15.2% 내렸다.

◆ MLCC 공급 과잉 전망에 공매도 집중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되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많이 내릴수록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공매도가 몰린다. 반면 주가가 오를 경우 공매도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삼성전기에 공매도가 집중된 건 지난달 MLCC의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부터다. 특히 MLCC 기업들이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면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종속회사인 천진삼성전기유한공사에 57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톈진에 세워지는 이 공장은 202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MLCC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무라타가 시네마현 이즈모시에 400억엔 규모 새 MLCC 공장을 짓겠다고 27일 밝혔다. 이 공장은 내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의 MLCC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MLCC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대됐다.

◆ MLCC 가격 상승에 실적 호조

그럼에도 삼성전기의 실적 기대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MLCC의 가격 상승에 따라 삼성전기의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TV·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성능이 향상된 데다 5세대이동통신(5G)·사물인터넷(IoT) 등 MLCC 수요처가 다양해지면서 고용량·고부가가치 MLCC 필요성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MLCC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도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15% 수준의 MLCC 가격 인상을 수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 우려와 달리 하이엔드용 MLCC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의 전장화와 함께 자동차용 MLCC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출시하는 점을 고려하면 MLCC 업황 호조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일반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각각 3000개 이상, 6000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되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우 1만5000개 이상이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의 전장화에 따라 MLCC 탑재량이 증가해 공급 부족 현상이 야기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기차 출시가 예상되는 2020년 차량용 MLCC의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MLCC 업황의 중장기 성장 가시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영업이익 지난해 동기 대비 230% 증가 전망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기의 3분기 실적 시장 예상치는 매출 2조2000억원, 영업이익 340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9.9%, 23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예상치의 경우 지난 8월 말 2800억원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를 ‘타깃’으로 한 공매도 공세를 실적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기 주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1조원 규모 공매도 영향으로 지난 7월 연고점 대비 17% 가량 급락했다”며 “그러나 대규모 공매도는 삼성전기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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