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화학업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경쟁력 약화
해운업계, 유가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 보전 위해 유가할증료 부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화학업계와 해운업계가 고유가 기조에 추운 가을을 나고 있다. 화학업계는 고유가로 인해 고정비 상승과 더불어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수요마저 둔화됐다. 유류비가 운임비에 30%를 차지하는 해운업계는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다.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9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입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76.01달러,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는 77.34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67.04달러에 거래됐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이달 초(두바이유 84.44달러, 브렌트유 86.29달러, WTI 76.41달러)와 비교해 약 10% 내려간 수치지만, 고유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배럴당 70달러는 상회하는 수준이다. 

연중 내내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가에 따라 화학업계는 원가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고, 해운업계는 운임 부담으로 이어지며 3분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화학업계와 해운업계가 고유가 기조에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화학업계, 유가상승에 가격 경쟁력 하락

화학업계는 최근 유가 상승 기조에 따라 기초원료인 나프타(납사) 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울상을 짓고 있다. 

화학 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나프타를 석유화학 설비(NCC·나프타분해시설)에 투입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산화프로필렌(PO)·폴리프로필렌(PP)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제품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수익성이 둔화된다.  

더군다나 미중 무역 분쟁으로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의 소비심리마저 위축돼 원재료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화학제품은 지난 6월부터 미중 무역분쟁과 국제유가 상승확대에 따른 부담으로 가격 약세를 시현했다"며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점증되면서 화학제품 가격의 상승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3분기 실적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 업계는 사이클이 분명한 분야"라며 "최근 몇 년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호황기를 보냈으나 최근에는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3분기 실적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 역시 "3분기 실적을 앞두고 있는데 유가 상승으로 인해 불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에 매출액 7조 2349억원, 영업이익 602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와 대비해 매출은 2.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4.3% 감소했으며 전년동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은 13.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3.7% 감소했다.   

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초소재부문은 영업이익(5477억원)은 전분기(7045억원), 전년동기(7552억원)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무역 분쟁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축소돼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유가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를 보전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유가할증료를 별도로 적용하기로 했다. /사진=현대상선 

◆ 해운업계, 치솟는 유가에 유류할증료 부과하기로

해운업계 역시 고유가 기조에 고전하고 있다. 최근 움임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유류할증료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비롯해 벌크운임지수(BDI), 탱커운임지수(WS)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유가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선박연료로 주로 쓰이는 벙커C유(싱가포르)는 19일 기준으로 톤당 5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014년 10월 이후 4년 만에 톤당 500달러를 넘어섰다. 운항 원가 가운데 연료비가 30% 이상을 차지하는 해운업계로선 유가상승은 실적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유가가 무섭게 오르자 현대상선은 유가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를 보전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유가할증료를 별도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해운시황 설명회를 통해 화주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갈수록 비용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는 분위기였지만, 유가가 많이 오르면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유류비가 선박 운용 비용에 30%를 차지하는 만큼 연료비 부담을 덜어내야 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유가변동을 운임에 반영하지 않았다. 연간 또는 다년 계약이 많기 때문에 유가할증을 모두 포함해 운임을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면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유가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이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은 2만TEU 이상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원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현재 해운업계는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이 일어나면서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어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이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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