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물량부족 사태는 종결…의약계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진단 필요, 임의 복용 삼가야”

[한스경제=김소희 기자]

살빼기는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현대인의 영원한 숙제다. 덕분에 비만치료제 시장은 해마다 성장해왔다. 국내 시장만 해도 2015년 2월 ‘벨빅’을 시작으로 ‘콘트라브’, ‘삭센다’ 등이 출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출시된 삭센다의 돌풍이 거세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불법 중고거래가 발생됐으며 그에 따른 오남용 및 안전성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삭센다를 중심으로 비만치료제 열풍과 이에 수반되는 문제점을 짚어 보고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출시 혹은 출시예정인 제품에 대한 흐름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 결혼을 두 달 앞둔 최씨(31·여)는 예식에서 입으려고 가봉한 드레스가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막바지 다이어트에 돌입했지만 쉽지 않다. 최씨의 이런 고민에 친구들은 요즘 유행이라는 ‘삭센다’를 맞아보라고 권한다. 최씨는 혹시 모를 부작용에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열풍이 불고 있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며 품귀현상이 나타난 것은 물론 중고거래 매물로 등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의약전문가 등은 과장된 효과와 과소평가된 부작용 등을 지적하며 현재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삭센다를 투약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한때 전국적 품귀현상까지 발생했다./사진=독자제보

◆삭센다, 예상물량 크게 웃돌아 한때 품귀현상

삭센다는 음식물 섭취에 반응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인체호르몬인 GLP-1 유사체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한 주사타입의 비만치료제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는 올해 3월 출시됐다.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여러 연구를 통해 ▲심혈관계 사망 위험 개선 ▲체중의 10%까지의 감량효과 ▲장기복용 가능 ▲구토 등을 제외한 심각한 부작용 감소 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삭센다를 투여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후기가 잇따르면서 출시 약 4개월 만에 ‘삭센다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 물량부족 소식은 삭센다에 대한 소비심리를 더 부추겼고 때문에 삭센다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다.

병원들도 앞 다퉈 동영상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 삭센다 제품 확보 소식을 전하며 환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포털사이트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삭센다를 검색하면 병원에서 게재한 글과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노보노디스크제약이 공개한 삭센다 글로벌 매출액이 한화로 약 4469억원에 달했으며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노보노디스크제약 측은 “출시 초반에 폭발적인 반응으로 예상했던 물량을 넘어서는 바람에 재주문을 했다. 다만 (의약품 수입) 시스템상 국내에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6~7월경 품귀현상이 생겼던 것”이라며 “현재는 추가 입고돼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밝혔다.

의사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인 삭센다가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매물로 등장했다./사진=사이트캡쳐

◆전문약 삭센다, 의사 진단 없이 임의 투여·중단 금물

삭센다의 인기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급기야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삭센다가 매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를 비롯해 뷰티·다이어트 카페 등에서 삭센다를 사고파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실정이다. 한 누리꾼은 ‘1박스에 12만원. 거즈 10개, 침 10개 바로 배송 가능’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요즘 병원에 재고가 없어 못 구한다. 몇 개 안 남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삭센다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가 상담 등을 통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만 처방 받을 수 있고 의사·약사의 지도에 따라 투약해야 한다.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임의로 투여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강재헌 대한비만학회 이사는 “비만치료는 의사의 상담, 식사·운동처방이 치료제 복용과 함께 이뤄져야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약에 준수해야할 주의사항과 조심해야 할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의약품인 비만치료제를 의사의 진찰과 처방 없이 임의로 주사하거나 복용한다면 원하는 효과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건강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전문의약품으로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투여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알리고 있다. 또 회사차원에서 비만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부 병원들이 무분별하게 삭센다를 처방하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비만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별다른 절차없이 처방전을 써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처방전 발급이 손쉬운 곳으로 알려진 병원으로 '쏠림 현상'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삭센다를 처방·투여한 A씨는 “SNS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병원들도 돈 벌기에 바쁜 것 같다. ‘당뇨 없지 않느냐’는 말만 했을 뿐 현재 건강상태가 어떠한지 묻거나 투약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그냥 주더라”라고 꼬집었다.

김소희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