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직영점은 6일, 그외는 빨라야 7일부터 적용…주유소 폭리는 사실상 불가능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6일부터 내년 5월 6일까지. 총 6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LPG 부탄 등에 붙는 유류세는 15% 인하된다. 인하 적용분과 부가가치세까지 고려하면 휘발유는 리터당 123원, 경유는 87원, LPG 부탄은 30원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서민 등에게 기름값 부담을 덜어줘 내수 촉진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의 소비심리는 확실히 온도차가 있었다. 

유류세 인하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주유소 4곳은 주유하는 차량보다 직원들을 더 많았고,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주유소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월요일은 주말 나들이를 마친 차량들로 가장 많이 붐비는 요일이지만, 경기 불황과 더불어 고유가 기조, 유류세 인하 소식이 겹치면서 한산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만난 주유소 관계자나 소비자 모두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소비 심리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6일부터 유류세가 15% 인하되는 가운데 정유사를 비롯해 주유소 관계자, 소비자 모두 소비 심리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 18주째 상승한 기름값·유류세 인하 소식에 소비 위축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다섯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전주 대비 0.3원 상승한 169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 판매 가격은 0.7원 오른 리터당 1495.3원으로 조사됐다. 휘발유, 경유 판매 가격은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6월 넷째 주 이후 무려 18주 연속 상승했다.  

자영 주유소들은 무섭게 오르는 기름값과 유류세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 최근 일주일 사이에 매출이 많게는 20%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한 주유소 관계자는 "최근 유류세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액 주유 고객이 많이 늘었다. 10만원 넣던 손님들이 7~8만원씩 넣고 있다"며 "최근 일주일 매출은 10~20%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유소 관계자도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발표 이후 확실히 손님들의 주유 금액이 낮아지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주유소를 찾은 40대 남성은 "유류세 인하를 앞두고 있는데 굳이 기름을 가득 채울 필요가 있나"라며 "이동 동선에서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주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50대 주부 역시 "평소에는 7만원씩 주유했는데 최근 기름값이 오르고 유류세 인하가 예정돼 있어 5만원씩 주유하고 있다"며 말했다.

◆ 직영점, 6일부터 세금 인하분 반영…자영 주유소, 빨라야 7일부터

유류세 인하는 6일부터 적용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영 주유소들은 기존 물량을 모두 소진하고 이후 인하된 세금이 붙은 유류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름값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유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기존 재고를 모두 소모하는데 최대 일주일이 걸리는 곳도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사가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는 당장 6일부터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직영 주유소 비율은 전체 주유소의 10%도 안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당장 6일부터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유사로부터 유류를 공급받는데 2일에서 3일 정도가 걸린다"며 "만약 5일에 기존 재고를 모두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7일에 인하된 세금이 붙은 유류를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손님마다 유류세 인하를 물으시는데, 기존 재고를 모두 소비하고 인하된 유류를 공급받아야 고객들에게 인하된 기름을 공급할 수 있다"면서 "주유소마다 재고량이 다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지만, 일주일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당장 6일부터 시장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지만, 자영 주유소는 기존 재고를 모두 소진한 뒤에 세금이 인하된 유류를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이성노 기자

◆ "세금 인하분 시장에 대부분 반영될 것"

정유업계에서는 유류세 인하에도 오히려 가격이 올랐던 2008년의 전례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전(10% 인하)과 비교해 인하폭도 커졌고, 국제유가 안정세에 있을 않을 뿐더러 주유소 모니터링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자영 주유소는 재고 물량 때문에 시차가 있겠지만 세금 인하분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를 두고 실효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정유사들은 유류세 인하분을 공급가에 100%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제유가 흐름은 이미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오는 시점으로 세금 인하분은 대부분 시장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와 달리 최근에 한국석유공사, 주유소 간의 가격 모니터링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폭리를 취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고 말했다. 

◆ "세금 인하로 석유 소비 진작은 힘들어…"  

정유사, 주유소, 소비자 모두 정부가 기대하는 내수 촉진 효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유류세가 인하된다고 한들 평소 10만원 어치를 넣는 고객이 12만원을 넣겠냐"고 반문하며 "주유소 매출과 소비자 소비 패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근 오피넷을 통해 저렴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영리한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유류세가 인하돼도 지역마다 존재하는 기존 가격대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매출은 물론 소비도 늘어날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한 30대 남성은 "평소 기름값과 무관하게 5만원씩 주유하고 있는데 기름값이 떨어진다 해도 주유 금액을 늘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석유 제품 소비 특성상 유류세 인하가 소비 심리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류세가 인하된다고 자동차를 더 많이 탄다거나 여행을 더 많이 가진 않는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만족도가 올라갈 뿐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따른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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