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산증인' 박진수 부회장 물러나고 3M 출신 신학철 '외부수혈'
구광모식 인사 신호탄 분석 우세...다른 부회장 거취 '관심'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LG그룹의 모태 기업인 LG화학이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화학 업계 '산증인'이라 불리는 박진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다. 회사 측은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인사였다는 설명이지만, 업계 안팎에서 다소 충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 CEO를 영입한 LG화학의 신임 대표이사 선임은 파격적인 행보라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신임 대표이사 선임은 파격적인 인사라는 분위기다. LG화학은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혁신기업인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 영입배경에 대해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고,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되어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 부회장은 앞으로 후진 양성 및 경영 선배로서의 조언자 역할에 힘쓸 계획이라는 것이 LG화학 측의 설명이다. 보다 구체적인 행보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박진수 부회장은 42년 동안 LG화학에 근무하며 LG화학은 물론 한국 화학·소재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LG화학 

◆ LG화학·국내 화학 업계 발전과 함께한 박진수 부회장의 퇴장

박 부회장은 LG화학과 국내 화학 업계 발전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197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당시 럭키로 입사해 여천 스티렌수지 공장장 상무, 특수수지 사업부장 상무 등을 차례로 거치며 현장감각을 익혔다. 이후 현대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 LG석유화학 대표이사를 차례로 역임한 뒤 2012년에는 LG화학 대표이사 사장 그리고 2년 뒤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선 사내이사로 재선임받기도 했다. 

경영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25조6980억원, 영업이익 2조9285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석유화학업체 순위(10위) '톱 10'에 진입했다. 

올해 3분기에는 업계 다운사이클로 고전하고 있는 경쟁사와 다르게 LG화학은 분기 최대 매출(3분기 매출 7조2349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9565억원을 기록해 롯데케미칼(1조8669억원)을 1000억원 차이로 따돌려 2015년 이후 3년 만에 업계 최대 영업이익 타이틀을 가져올 준비를 마쳤다.  

LG화학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 하락을 최소화하고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초소재 부문을 비롯해 전지,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박 부회장의 '빅 픽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박 부회장은 1977년 입사해 지금까지 42년간 근무하며 LG화학은 물론 한국 화학·소재 산업 발전에 기여한 LG의 상징적인 경영자"라며 "2012년 말부터는 LG화학 CEO로 재직해 매출액 28조원 규모로 성장시키며 글로벌 Top10 화학기업으로 발전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은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혁신기업인 3M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사진=LG화학 

◆ "그룹 차원의 인사"·"신선함 넘어 충격적'"

업계 베테랑 인사를 대신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 CEO를 영입한 LG화학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국내 화학 업계의 산증인으로 직·간접적으로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며 "LG화학 역시 업계 1위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했다.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것은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사실상 화학 업계 인사보다는 그룹 인사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구광모 회장이 그룹 혁신을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신선하지만 놀라운 인사다"며 "박 부회장은 업계에서는 베테랑이고 한 축을 담당하셨던 분인데 다소 아쉬운 결과가 아닌가 싶다. 사실 박 부회장의 퇴진도 놀랍지만, 외부 인사 영입이 더 충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LG화학이 최근 사업 다각화에 큰 비중을 두면서 안정보단 혁신을 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영입 의지(신학철 수석부회장)로 진행됐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박 부회장의 퇴진은 예견되지 않았다며 파격적인 인사라는 업계 안팎의 평가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LG그룹 안팎에서는 박 부회장의 용퇴를 두고 현재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는 6인의 원로급 부회장 체제에서 벗어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구광모식 인사의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LG그룹에는 박 부회장외에 차석용(65) LG생활건강 부회장, 한상범(63)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62) LG전자 부회장, 하현회(62)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등이 있는데 이번 인사로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이성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