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국가부도의 날’(28일 개봉)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다룬 작품이다. 1997년 한국 최대의 경제위기 사건을 생생하게 조명하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국가부도의 날’은 “IMF 당시 비상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 한 줄에서 출발해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구성한 영화다. 위기를 막으려 하는 의인이자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위기에 베팅해 ‘한 탕’ 벌 기회를 잡으려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권력과 이익만 추구하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회사와 가정을 지키려 했던 가장 갑수(허준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진국의 지표라는 개발 협력 기구 OECD 가입, 환율 안정, 활발한 수출 등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믿었던 1997년. 호황과 동시에 위기도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가 닥치고, 한시현은 홀로 이 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찌감치 위기를 예견한 한시현은 윗선과 정부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만 이들은 수습보다 감추기에 급급하다. 대통령조차 이 같은 위기를 제대로 인식조차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고위관료들은 잇속 챙기기에 바쁠 뿐이다. 서민들은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지만, 부자들은 여전히 부자다.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며 국민이 모은 금은 기업의 부채를 막는 데 쓰인다. ‘국가부도의 날’은 당시 우리가 겪은 참담한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씁쓸함을 자아낸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리뷰

조우진이 연기한 재정국 차관은 경제위기를 이용해 새로운 판을 짜는 인물이다. 그가 구상한 ‘판’은 오로지 상류층만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 뿐이다. 정부의 부조리와 상류층의 적폐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상처로 남아있는, 국치나 다름없는 IMF가 어떻게 성사되었는지를 필터 없이 보여준다.

단순히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시대의 아픔을 그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치를 찾기는 힘들 수 있다. 다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할 만큼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어떤 재난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국민들에게 상처를 남긴 당시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는 또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김혜수는 오로지 정의감과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의인’ 한시현에 완벽히 분한 연기를 보여준다. 유아인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연기로 표현한다. 그러나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맞지 않는 연기로 튀기도 한다. 조우진은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다. 굉장히 얄미운, 시대의 ‘꼰대’ 캐릭터를 맛깔스러운 연기로 소화한다. 서민의 얼굴을 대표하는 허준호는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연기를 펼쳐 애잔함을 자아낸다. IMF 총재로 등장한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 역시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러닝타임 114분. 12세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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