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드사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롯데카드가 ‘롯데카드 매각’을 공식 발표하자, 이전부터 거론되 온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 매각설도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여기에 연말과 연초 인사 단행이 이루어지는 시기라 임직원들의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카드사 CEO들의 교체설까지 돌면서 카드업계 불안한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롯데카드 김창권 대표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으로 롯데그룹 내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 발표로 카드사 수익성 악화에 먹구름이 짙어진 가운데, 그 여파가 일부 카드사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몇년 전부터 대기업 매각설이 돌면서 앞으로 카드사의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역시 몇년 째 매각설이 나돌았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카드사이자 카드업계 유일한 상장사지만 삼성그룹에서 비핵심사업으로 분류되는 데다 실적 역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도 삼성카드와 비슷한 이유로 매각설이 줄곧 붉어질 때 마다 ‘사실무근’으로 일축해 왔지만 이번 롯데카드처럼 언제 소문이 현실화 될지 모를 일이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내년 1월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으로 재출범하는 우리금융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카드 지분을 팔아 공정거래법 위반 차입금을 상환하려는 롯데그룹과 지주사 전환과 함께 비은행부문의 덩치를 키우려는 우리금융이 매력적인 파트너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한 카드 업황 악화로 시장 신규 진출을 노리는 인수 후보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다른 기업계 카드사의 매각설이 나올 때에도 은행계 카드사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카드사를 자회사로 보유한 다른 은행계 카드사가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KB국민카드를 비롯해 은행계 카드사들은 다시 은행 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카드사가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면 조직과 인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03년 카드대란 경영위기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이 은행으로 복귀했다가 카드산업 급성장으로 차례로 분사한 바 있다.

카드사 실적 악화와 맞물린 수장교체 변수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국내 신용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실적 부진 사유와 그룹 이슈 등이 맞물려 임기와 상관없이 전격 교체 가능성도 제기됐다. 카드사 임직원 구조조정 가능성뿐만 아니라 수장교체변수로 카드사 전체 경영과 사업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우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은 실적 부진과 함께 이번 롯데카드 매각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한카드 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장단 인사와 맞물려 거취가 결정된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 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등 10개 계열사 CEO 임기가 내년 3월 모두 만료된다. 신한금융은 통상 CEO 임기가 '2년 임기 후 1년 연임'이고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채용비리 관련 재판 등 'CEO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하면 핵심 계열사 인사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카드 정 사장은 연임과 교체에 반응이 엇갈렸다. 정 사장은 2016년 취임해 하나카드와 외환카드 합병을 순조롭게 이끌고 경쟁사에 비해 양호한 실적 개선 성과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임 후 첫 인사인 만큼 세대교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돼 지켜봐야 한다.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그룹 인사를 총괄하는 첫 시험대라 파격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카드는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디지털 인력을 300명 가까이 늘리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여부가 불투명하고, 최근 대규모 오프라인 인력 구조조정 돌입으로 내부 불만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과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 등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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