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GA 국내보험시장 주요 판매채널로 성장
높은 수수료 지급으로 전속 설계사 상당수 GA로 이탈도
GA 규제·법적근거 보험사보다 미약해 각종 문제 발생
금융당국 GA 관련 규제 강화 시도하지만 GA업계 강력 반발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보험시장에서 보험대리점(GA)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도 GA로 이탈하는 설계사들을 붙잡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고 설립된 GA채널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보험사에 비해 GA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불완전판매’, ‘고아계약’, ‘승환계약’ 등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대형 GA 중소형 보험사보다 더 많은 설계사 보유

최근 국내 보험시장은 GA 소속 설계사 수가 빠르게 증가 중이다. 지난 3일 정승희 KEB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한 ‘GA채널의 영항력 확대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GA소속 설계사 수는 22만5000명으로 2015년 이후 전속 설계사 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전속 설계사는 18만5000명이다.

이는 2013년 4월부터 보장성보험의 판매 수수료 이연한도가 축소되면서 심화되고 있다. GA는 보험사와 수수료 협의를 통해 계약비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고 GA소속 설계사들은 전속 설계사보다 높은 수당을 받고 있어 전속 설계사의 상당수가 GA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하나금융연구소.

특히 소속 설계사 500명 이상이 소속된 대형 GA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일부 대형 GA는 중소형 보험사보다 더 많은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설계사를 500명이상 고용하고 있는 대형 GA는 57개사로 이 중 3개사는 1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GA가 국내 보험시장의 주요 판매채널로 성장하고 있어 일부 보험사는 GA를 핵심 판매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손해보험사의 보험 판매액 45.9%는 GA를 통해 판매됐다. 현대해상(61.1%), 메리츠화재(57.5%) 등 일부 손보사는 전체 보험 판매액의 절반 이상을 GA 채널을 통해 판매해 GA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시장에서 GA 판매비중은 24.6%로 손보사들에 비해서는 비중이 낮았지만 2013년(21.5%)에 비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보사들의 GA채널 판매 비중은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GA자회사 설립해 설계사 이탈막고 영업력 강화하는 보험사들

이에 보험사들은 자회사형 GA까지 설립하며 전속 설계사 이탈을 막고 영업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현재 설립된 자회사형 GA는 삼성생명금융서비스, 한화금융에셋, 한화라이프에셋, 라이나금융서비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등 6개사가 있다.

최근 ABL생명도 GA자회사 운영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ABL생명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GA자회사 설립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명은 ABL금융서비스다. ABL생명은 앞서 지난 4일부터 이와 관련된 인력채용을 진행했으며 최대 15개 규모의 지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ABL금융서비스는 설계사는 300여명을 시작 5년 내 1000명까지 늘릴 예정이며 동양생명과의 판매계약 체결로 상품도 다양화한다. ABA생명은 자회사 설립을 위해 2년동안 100억원을 투자한다.

자료=하나금융연구소.

기존 GA자회사에 대한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라이프에셋, 한화금융에셋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출자금액은 한화라이프에셋 200억원, 한화금융에셋 120억원 규모다. 이번 출자는 GA의 주력 영업채널인 보험설계사(FP)채널과 함께 GA채널의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다.

◆허술한 규제...GA 마다 다른 수수료 등이 각종 문제점 양산

이처럼 GA채널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국내 보험시장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GA 관련 법적근거와 규제가 미약해 불완전판매와 같은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A마다 수수료가 차등지급되며 설계사들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보험사 상품만 집중 판매하는 등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GA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GA마다 다른 수수료로 인해 소속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GA 설계사들은 경쟁 대리점에서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면 소속 GA를 옮겨 버린다. GA는 교육을 통한 자체 설계사 양성보다 높은 선지급 수수료와 스카우트 비용으로 경력 설계사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설계사 이직 요인과 정창률 제고 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기준 GA설계사 중 55.3%는 최근 5년 이내에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하나금융연구소.

이처럼 GA의 내부통제와 관리가 보험사보다 허술함에 따라 설계사들이 불완전판매를 하거나 수수료를 받고 이직을 해버리면서 계약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고아계약’을 양산하는 등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부 설계사들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계약자들에게 기존 보험을 깨고 비슷한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승환계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보험설계사 사업비와 수당, 수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 보험계약체결비용을 모집 종사자별로 수수료 등 보수를 차등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등 GA채널 지급 수수료를 전속설계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GA업계에서는 GA시장이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연구위원은 “GA채널 영향력에 비해 GA를 감독할 수 있는 체계적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GA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 끊임없는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GA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GA의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는 체계적인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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